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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름다운 다이

정월 초하루를 신성한 직장에서 보냈다. 24/7,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미국 내에서 첫 몇 번째 안에 드는 바쁜 병원, 초긴장 감과 안타까움이 교류하는 중환자실에서 행복한 뉴스는 그리 흔치 않다. 26살의 직장동료 다이가 1월 1일에 깜짝 결혼한 것이다. 왼손은 약혼 때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에 결혼반지까지 더해져 눈이 부셨다. 너무 감동적인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라 다이한테 허락을 받은 후 이 글을 쓴다.

다이는 2018년 8월에 약혼을 파기한 경험이 있다. 한창 우울증에 빠져 있던 중 그해 11월에 match.com을 통해 허전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유대인이기에, 유대인 그것도 파혼한 경험이 있는 남자를 원한다고 입력한다. 온라인 데이트를 시작한 이후 이주 만에 그들은 실제로 만난다. 다이는 첫눈에 ‘바로 이 남자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하는 깊은 확신이 왔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결혼사진을 보아도 둘은 외모나 분위기가 묘하게 닮았고 어울렸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막 결혼한 신혼의 신비와 기대감보다는 먼 옛날부터 아니면 전생부터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사랑해온 것 같은 깊은 매력이 배어 나왔다. 데이트 시작 후 4주가 되던 날,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그는 급성백혈병으로 진단을 받는다. 우리 동료들이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구동성으로 “그만두어야 해,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차라리 지금이 나아 나중에 사랑이 무르익고 나면 더욱 힘들고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지켜보았다.

평소의 다이는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라 친구도 무척 많고 환자나 가족들에게도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쏟아 우리 모두 놀라곤 했다. 파리해진 얼굴빛과 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 한동안 그녀를 지배하더니 서서히 그녀 얼굴에 힘이 돌았다. 언제 고민했냐는 듯이 그녀는 그녀 자신이 질병과 투병을 하고 있었다. 환자나 그의 부모보다 병원 환경에 친숙한 그녀는 4년 동안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경험과 알고 지내는 의사들과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급성백혈병은 워낙 빠른 속도와 위력으로 치고 내려와 28세의 젊은 장정도 휘청댔다.



특히 그의 경우는 최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항암제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고 합병증만 계속 이어져갔다. 세 번의 항암 치료에도 실패한 후 마지막 수단으로 골수이식을 계획했으나 매치가 되는 골수이식 기증자를 찾지 못했다. 다이는 3개월의 병가를 낸 후 기증자 찾기 운동에 직접 나섰다. 네트워크로 전국을 뒤졌다. 마침내 기증자를 찾았고 그와 다이는 무균실에서 3개월을 함께 투병했다. 머리카락은 완전히 빠졌으며 원기가 다 빠져나가 눈을 뜰 기운조차 없었다. 가끔 눈을 뜨면 착시현상과 환청이 들렸으며 항상 고열에 시달렸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얼마를 기다렸다가 다시 골수검사를 해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암세포가 사라지고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무균실을 졸업하고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둘이 껴안고 우는 순간 다이의 손가락에 약혼반지가 끼워졌다. 하늘에서도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솜털 구름이 춤을 추는 푸른 9월이었다. 그리고 2020년 1월 1일, 다시 결혼반지가 끼워졌다. 2019년 일 년은 완전히 그들의 살에서 분리하고 싶었다. 기억에 묻어두고 싶었다. 새해에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 1월 1일 가족들을 모아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1월 8일 우리 동료들도 축하파티를 해주었다. 장하다. 다이, 수고 많았다. 다이,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빈다. 너의 그 순수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를!!!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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