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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의료계 ‘여성 파워’ 거세다

요즘 한국 의대생 3분의 1 정도가 여학생이다. 미국은 거의 절반이며, 유럽에는 여학생이 더 많은 의과대학이 드물지 않다. 당연히 여자 의사들이 예전보다 많아졌고,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의 전공을 주로 선택하던 과거와는 달리 흉부외과나 신경외과와 같은 분야에 투신하는 여자 의사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의사라면 ‘나이 지긋한 남자 의사’를 자동적으로 연상해온 통념과는 달리 이제 젊은 여자 의사에게 진찰받고 치료받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그런데 남자 의사가 나을까? 아니면 여자 의사가 나을까?

존스 홉킨스 대학 데브라 로터 교수의 연구를 보자. 연구팀은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다양한 규모의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 의사 127명과 여자 의사 26명이 모두 550명의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을 녹음하여 의사의 성별에 따라 진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과연 차이가 있었을까?

우선 진료 시간이 달랐다. 남자 의사들은 한 환자의 상담과 진찰에 평균 20.3분을 쓰는데 비해, 여자 의사들은 2.6분이 더 긴 22.9분 동안 진료했다. 대화량의 차이는 더 뚜렷했는데, 남자 의사는 한 환자에게 386 문장을 말했지만, 여자 의사들은 429 문장을 얘기했다. 이 차이는 특히 환자들의 증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대목에서 두드러졌는데, 여자 의사들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더구나 여자 의사들은 남자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얘기했고, 더 자주 환자들의 의견을 물었고, 더 쉽게 설명했으며, 더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그렇다면 이런 여자 의사의 세심함이 환자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쳤을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유스케 츠가와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이들은 미국 전역의 병원에서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내과 의사에게 진료받았던 환자 중 5만8334명을 무작위로 골라내 분석했다. 당뇨·만성폐쇄성폐질환·신부전·심부전 등을 가지고 있던 이들의 3분의 2는 남자 의사에게, 그리고 3분의 1은 여자 의사에게 치료받았다. 연구팀은 ‘입원 30일 후의 사망률’ 및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율’을 잣대로 삼아 진료의 질을 평가했는데, 두 비율 모두 낮을수록 치료가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환자들의 ‘입원 30일 후 사망률’은 여자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경우 11.1%였고 남자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경우는 11.5% 였다. 작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율’ 역시 여자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경우 15.0%, 남자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경우는 15.6%로 차이가 있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츠가와 교수팀은 남자 의사들이 여자 의사들만큼 꼼꼼히 진료했더라면 매년 3만2000명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제는 여자 의사의 삶이다. 한 조사에서 여자 의사들은 매주 평균 69시간 동안 병원 안팎에서 일하며 21시간 동안 집안일을 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들 중 80%가 우울·스트레스·불면증 등으로 힘들어했고, 70%가 탈진 증후군에 해당했다. 사실 여자 의사들의 자살률이 다른 여성들의 6배나 된다는 오싹한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이 비단 의사들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그녀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임재준 / 서울대 의대 교수·의학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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