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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견공(犬公)

이용해 / 수필가
이용해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2/14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20/02/13 17:38

세상이 변하면 사물의 가치도 변합니다. 전에는 개를 가축이라고 불렀습니다. 개나 돼지, 닭·소·고양이·염소들이 모두 가축이었고, 개는 깨진 그릇이나 망가진 세숫대야에 먹다 남은 음식을 담아주곤 했습니다. 개를 방에서 기르는 일은 아주 드물었고 마당 한구석에 개집을 지어주면 개를 아주 잘 대접하는 축에 속했습니다.

그런데 개의 신분이 귀해지면서 애완견(愛玩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애완견이라는 말은 사랑하는 놀이 개라는 말이겠지요. 그래서 예쁜 개들을 집안에서 기르기도 하고, 안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개의 명칭도 변해서 반려견이라고 부릅니다. 삶을 같이 살아가는 배우자라는 말이겠지요.

옛날에는 욕을 할 때 ‘개새끼’니 ‘개 같은 놈’이니 하고 말했는데 요새는 사람의 값이 내려갔는지 개의 값이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개보다도 못한 놈’이라는 욕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떤 책에 견공(犬公)이라는 말을 쓰더군요. 공이라는 말은 귀족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가르쳐 부르는 말이 아닙니까. 삼국지에 보면 원소가 귀족이라고 하여 원공이라고 불렀고 제후들이 조조를 조공이라고 불렀지요. 개의 신분은 많이 상승이 되어 사람보다도 귀하게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개의 숫자는 1000만이네 2000만이네 하고 보도가 됩니다. 그래서 아파트에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어떤 집에는 몇 마리씩 기르기도 합니다. 물론 개고기를 잡수시는 분들을 위하여 개 농장도 있다고 하니 천만이라는 숫자가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를 파는 곳에 가보면 개의 족보도 있어서 혈통도 중하게 여깁니다. 퇴계로 5가에 가면 개의 옷·이불들을 파는데 개의 옷이 동대문에서 파는 사람의 옷보다 훨씬 비쌉니다. 개의 장난감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의 공원에 나가면 개를 데리고 나오는 아주머니나 젊은 여자들을 볼 수 있는데 개를 안고 불을 맞추며. 귀여워합니다. 얼마 전 전철에서 어떤 아가씨가 개를 안고 “아이 내 새끼, 아이 내 새끼” 하며 볼을 쓰다듬고 얼굴을 비벼댔다고 합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아이, 어쩌다가 개새끼를 낳았노. 쯧쯧”이라고 하였답니다.

이제는 사람과 개의 위치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의 이발료는 15불, 20불이면 되지만 개의 이발료는 100불 이상을 주어야 합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나가 얼굴이 찢어진 것을 수술해주면 한국의 의료보험은 3만 5000원 정도 줍니다. 그런데 이웃 아줌마가 알려주는 바에 의하면 개의 다리가 찢어져 가축병원에 갔더니 한 5cm쯤 꿰매주는데 12만원을 주었다고 합니다.

카톡으로 배달이 된 이야기는 어떤 노인이 아들의 집에 얹혀살다가 나가면서 쓴 쪽지에 ‘야,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편지를 이해를 못 하여 옆의 가게 주인에게 물으니 1번은 그 집 며느리이고, 2번은 딸애고, 3번은 남편이고, 4번은 강아지이고, 5번은 가정부 아주머니고, 6번이 시아버지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 조카와 전화를 하는 중 집의 반려견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개의 장례를 치러주는데 개 장의사에서 7000불을 요구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관이며 묘지이며 묘 앞의 비석까지 합쳐서….

이제는 누가 우리더러 개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욕을 해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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