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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이희숙 / 수필가
이희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2/14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2/13 19:46

일하고 있는 건물의 물이 거꾸로 올라온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인데 하수구가 왜 막혔을까? 수돗물을 잠그며 기다려 보았다. 시간이 지난 후 조심스레 손잡이를 눌러본다. 이번엔 화장실 변기의 물이 내려 가질 않는다. 어쩌나 그 물이 변기 위로 넘쳐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순발력을 동원해 밸브를 잠갔다. 어~ 옆 화장실에서도 물이 흐른다. 더러운 변기와 시궁창의 물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흘러나온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아연실색한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대걸레로 닦아낸다. 전화를 걸어 배관공을 불렀다. 배수구 뚫는 기계를 가져와 열심히 돌렸다. 끝에 드릴이 붙어있는 오거 와이어(Auger Wire) 배수 관통기이다. 배수관 속을 지나가며 걸리는 방해물을 잘라내고 뚫어주는 최신 장비이다. 70피트 길이까지 들어갔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배관공은 더 큰 회사의 기계가 필요하다며 포기하고 갔다.

상업용 배관 회사에 긴급상황이라고 전화를 했다. 다행히 급한 소리를 한 덕분인지 1시간 후에 도착했다. 나는 제일 먼저 길이가 얼마인지를 물었다. 200피트 길이의 기계라 하니 충분하리라. 내심 안도의 숨을 쉬며 믿어본다.

30분 후에 배관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150피트 거리에서 나무뿌리가 걸려 나온다. 이 동네가 옛날엔 오렌지 농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을 섭취하기 위해 뿌리를 멀리 뻗는 생존력이 감탄스럽지만, 나무가 다 이로운 것이 아니라는 다른 면을 본다.

세계를 놀라게 한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영화 속에서 빈곤층의 실상을 지하에 사는 가정집의 비 피해, 물난리로 보여준다. 아래 계단을 밟고 내려오니 변기에 흙탕물이 솟구친다. 그 모습을 보며 역겹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사후 처리가 걱정되어 잠을 설쳤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클로락스 한 통을 다 쏟아부어 소독해도 개운치 않다. 방법을 궁리한 후, 바깥 운동장의 매트를 다 걷어내고 호스를 연결해 바닥부터 대청소했다. 검은 물이 말갛게 변하니 마음이 놓인다.

추운 날씨에 겉옷을 벗어 제치고 땀을 흘렸다. 더러운 물과의 씨름이 끝났다. 배수관이 시원하게 뚫린다.

갑자기 ‘내 마음속도 막힘없이 뚫려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려와 걱정으로 꽉 막혀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응어리져 막혀 있는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오염된 생각도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 “몸 밖으로 나오는 것보다 안에 있는 것이 더 더럽다”고 했다. 강력한 힘으로 관통시키고 소독물로 씻어 주어야겠다. 시원하게 마음이 뚫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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