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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어느 날

[중앙포토]

[중앙포토]

어느 날
-김상옥 (1920-2004)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 한국대표명시선100

현대시조의 문학적 완성도 확립

참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버지가 마련해준 새 구두를 신고 저만치 가는 딸을 보며 읊은 소회다. 그렇다. 애타게 사무쳤던 일도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마는 것이다.

스무 살 때인 1939년 10월 ‘문장’ 제1권 9호에 시조 ‘봉선화’가 가람 이병기의 추천을 받고, 11월에는 동아일보 제2회 시조 공모에 ‘낙엽’이 당선되었다. 초정(호) 선생은 시와 시조를 구분하지 않았다. 창(唱)으로 불리던 시조가 현대에 와서 문학이 되었으니, 시조는 시로서 완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창립될 때도 마땅하게 여기지 않았고, 시조시인이라는 호칭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자유시를 쓰건 시조를 쓰건 다 시인이라는 말씀이었다. 시 ‘제기(祭器)’에서 ‘시도 받들면 문자에 매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초정은 시조를 민족시를 담는 그릇으로 인식했다. 그에 이르러 현대시조의 문학적 완성도가 확립되었다.

선생을 간병하던 부인 김정자 여사가 2004년 10월 26일 작고하자 식음을 전폐했고, 부인의 삼우날 묘소를 돌아보고는 10월 31일 그 뒤를 따랐다. 지극한 부부애의 전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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