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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 칼럼] 기생충

[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20/02/26  0면 기사입력 2020/02/25 13:27

‘기생충’이 화제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이리 야단인가. 2월의 어느 주말, 시니어센터에서 단체 관람했다. 정말 이상한 영화였다.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인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 희비극이다.

기생충에서 봉준호 감독은 장르를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요소를 한 영화 안에 자기 방식으로 버무리는 마법 같은 능력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절묘한 은유를 통해 현대사회의 계급구조를 날카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디언, 빛, 바퀴벌레, 수석 등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줄거리를 계속 곱씹게 한다. 취객의 노상 방뇨가 들이닥치곤 하는 반지하 방, 계단 위에 있는 변기, 공짜로 꼽등이를 잡자며 동네에 살포되는 소독 가스를 그냥 집안에 들이는 아버지, 공짜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남매, 간간이 잡히는 와이파이로 유튜브를 시청하며 팁을 배우고 피자 박스 접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 가족. 영화 ‘기생충’의 첫 장면이다.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이 가족들은 변변한 일자리도 없어,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이 늘 고민이다. 특히 아들은 ‘N 수’를 감수하며 입시 준비를 했지만, 돈이 없어 더는 대학 입시에 도전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그의 잘나가는 대학생 친구가 부잣집 과외를 넘겨준다. 주인공 가족은 문서를 위조해 아들을 명문대생으로 속이고 과외를 시작한다. 이 주인공들은 순진해 보이는 부잣집 부모를 감쪽같이 속여 가며, 이 집의 일거리를 하나하나 차지하기 시작하며 부잣집으로 들어온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전반부다. 영화 전반부는 부잣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매우 해학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감정이입을 할 법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새 콧대 높은 부잣집 사람들을 속여 먹고 있다니, 얼마나 통쾌하고 재미있는 일인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이 가족들의 모습은 전혀 미워할 수가 없다. 주인공 가족이 평생 만져본 적 없는 돈으로 소박한 행복을 즐기는 모습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곤 하는 신분 상승의 통쾌함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곧 현실의 잔인한 이면을 보여 준다. 부잣집에서 일한다고 그들의 계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 가족은 자신들을 고용한 부잣집 부모를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며 애정 어리게 비웃고, 그들의 음식과 술을 몰래 즐긴다. 하지만 정작 그들 앞에서는 “바퀴벌레가 숨는 것처럼”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야 했다.

영화는 이런 현실을 굉장히 강렬하게 보여 준다. 부잣집과 주인공들의 집은 마치 하늘과 땅 차이를 보는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 부잣집에게 낭만적인 날이라면, 주인공 가족에게는 홍수로 집이 망가지고 수재민 신세가 되는 날이다. 바로 어제 아랫동네의 가난한 집들은 홍수로 침수되었지만, 윗동네의 부잣집 저택 사람들은 파티를 즐긴다. 영화 속에서 부잣집 부모들은 보통 사람들을 쓰다 버리면 되는 것으로 취급한다.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돈으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또한 본능적인 수준의 경멸을 갖고 있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고 혐오와 두려움도 갖고 있다. 마치 숙주인 인간이 기생충을 혐오하듯이.

영화 타이틀이 ‘기생충’인 것도, 보통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의지해서 숨 막히게 살아가는 현실을 함축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린 감정은 바로 ‘답답함’이다. 평범한 사람들과 부유한 자들 사이에 너무나 큰 격차가 존재하기에, 진정 필요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조차 않다. 마치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처럼. 그런데 부유한 자들은 어떤가? 사실 영화 주인공들이 들어간 부잣집 사람들은 운전도, 음식도, 무엇 하나 자기 손으로 하는 것이 없다. 과연 주인공 가족만이 기생충인 걸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어쩌면 이런 물음과 조소를 함께 던지는 듯한 장치도 보인다.

한편 기생충은 자신의 숙주를 죽여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없는 자들은 있는 자들에게 착취당해야 삶을 영위한다. 주인공들은 힘들게 구한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부유한 자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주인공 가족은 성공한 삶을 위해 계획을 세우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들은 자신의 삶을 전혀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무계획’ 속에 영화의 후반부가 전개된다. 비루한 삶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열망에 점점 독이 올라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계급 격차를 끊임없이, 강렬하게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감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달릴수록, 이 사회를 살며 느껴 봤던 온갖 감정들이 떠오른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재밌으면서도 무섭고 이상한 영화’다.

김건흡
애틀란타청솔시니어센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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