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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인공지능이 글을 이해 못하는 이유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6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20/02/25 18:50

인공지능이 아직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어처리 전문가들은 지금의 인공지능이 글을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보자.

휴대폰 음성인식 비서에 “맥도널드가 아닌 다른 패스트푸드 식당 찾아줘”라고 질문해 보면, 기대와 달리 검색 결과에 주변 맥도널드만 표시된다. 질문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지금의 음성 인식비서는 미리 입력해 놓은 형식의 질문에만 답할 수 있는데, “맥도널드가 아닌”이라는 표현은 정형화된 질문 형식에 들어있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다.

구글은 2018년 ‘책에 물어보세요(Talk to Books)’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상용어로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이 10만 권의 책에서 답을 찾아주는 서비스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결과 실망이 컸다. 가령 “1980년 미국 대법관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구였는가?”라는 간단한 질문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그저 질문과 비슷한 문장을 책에서 찾아서 보여줄 뿐이었다. 그러니 질문에 꼭 맞는 답변이 책에 나와 있지 않다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10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인공지능은 유독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흔히 딥러닝 기술이라고 한다. 수만, 수십만 개 이상의 인공 뉴런을 연결하여 정교하게 구축된 인공신경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딥러닝 기술은 사물을 판별하고, 음성을 인식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반복된 패턴을 찾아내는 일을 잘 수행하는 덕분이다. 하지만 앞으로 딥러닝 기술이 더 발전하더라도 글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이유가 뭘까?

글은 추상적이고 함축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다. 따라서 글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려면 글에 쓰여 있지 않은 내용까지 알아야 한다.

사람은 이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이 많다. 가령 앞선 질문에서 1980년 미국 대법관 중 최연장자를 찾으려면 ‘나이’가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한다. 사람은 너무도 당연히 알고 있는 개념이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글을 이해하려면 ‘상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상식을 알려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그 양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추려면 적어도 십수 년 이상의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제껏 몇몇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인간의 상식을 모두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보고자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영역도 많지만, 정작 기본이 되는 상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현재 많은 연구자가 상식을 갖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여러 아이디어가 제안되는 단계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는 바람은 적어도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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