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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한국의 코비드19 확산을 걱정하며 고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마스크를 챙겨 보내야하나 불안해 했었는데, 도리어 하루에 만명 이상씩 확진자 숫자가 늘더니 이제는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의 확진자 숫자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해 버렸다. 친정 엄마께 안부전화를 드릴 때마다 되도록 집 바깥에 나가지 말고, 외출시에는 마스크를 꼭 쓰라는 신신당부를 어린아이에게 하듯 잊지 않고 하신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의 문화와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이 한국의 대도시만큼 심하지 않다보니 엄마의 염려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이제는 심심찮게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발견하는 걸 보니, 미국에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점령하기시작했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비록 뉴욕같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필수적인 상업활동외에는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은 교외지역에서 자발적인 자가격리 상태로 지내다보니,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외로운 여인의 모습과 내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 것같아 우울하다. 심지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아닌가. 이럴 때에는 감옥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수감 생활을 이미 겪었던 사람들의 경험담이 도움이 되기도 해서 좋아하는 책 두권을 소개해본다.

첫번째 책으로는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기록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대학교를 막 입학한 그 해에, 아주 명민했던 동아리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꾹꾹 눌러 쓴 그녀의 글씨가 나중에 알게 된 저자의 유려한 필체처럼 인상적이었다. 20년이 넘는 수감생활의 경험을 소설가들의 그럴듯한 픽션이 아닌, 자신의 가족들에게 보낸 진솔한 편지글들을 모아 엮었기에 20대 청년만이 할 수 있던 풋풋하고 혈기 왕성한 사색의 편린들이 마치 장독대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숙성 되어진 장 맛의 섬세한 변화처럼 풍화되고 퇴색되었지만, 결국은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면모까지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본문 중에서

옥중 서간집인 이 책에서 저자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사회적 거리감두기 같은 다소 낯설은 주제로 국민들을 설득중이다. 개근상이 우등상보다 더 성실한 학생임을 말해주기에 아파도 학교에는 절대로 결석해서는 안되며, 불굴의 의지로 내몸에 침입한 병균과 싸워 이기는 것을 미덕으로 교육받은 나로서는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서구식 교육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이곳에서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나만 잘살겠다는 이기심이 아닌, 다함께 공존하겠다는 묵언의 합의와도 같았으며 그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각각의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약속이라 하겠다.



두번쩨 책은 정신과의사이며 본인 스스로 수용소의 생존자였던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인데 최소한의 희망마저 거세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과 공포의 압박속에서도 인간이 가지는 최소한의, 그러나 가장 중요한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대한 선택을 이야기한다. 도저히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언제든지 절대절명의 나락으로의 추락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마지막 자유,주어진 조건에서 잔신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어떤 무력적 총칼의 협박과 위협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우리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며,행복인 것이다. 쳬력적으로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남는자가 진짜 강한 것이다.

지루하지만 우리가 집안에서 안전하게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를 대신해서 주문한 물건을 빠른 시간내에 정확하게 배달해주는, 인터넷이 끊기지 않게 사회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주느라 열심히 일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사지에 내놓고 치료에 몰두하는 헌신적인 의료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희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긍정의 힘으로, 감사의 마음으로 끝까지 이시련을 넘겨보자. 이왕이면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흘러나왔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를 들으면서.....


황훈정 작가 / 전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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