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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코로나19가 만드는 풍경

고맙게도 내가 살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예전처럼 심심치 않게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새벽에는 꽤 요란한 소리로 우박비가 내리는 바람에 일찍 잠에서 깼다. 우리 강아지도 빗소리에 깨어 볼일을 본다며 문을 열어 달란다. 촉촉한 물기를 먹은 나무들은 기다렸던 겨울잠에서 깨어나 싱싱한 초록 기운을 서서히 뿜어내고 있는데, 우리는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

늘 말을 건넸던 이웃과도 다정한 말을 못하고 멀리 서서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되었다. 돈을 벌기에 급급하며 앞만 보고 살아온 사업가와 세계인들이 무서운 전염병으로 경악하고 있다.

뉴스에서 나오는 세계지도에는 날마다 빨간색 물감이 더 칠해진다. 중국의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기증세처럼 시작돼 심할 경우 폐가 급속히 망가지는 병이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는 요즈음이다.

잦은 비로 뜰마다 잡초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씨앗이 떨어져 번성하는 게 무서워 남편과 나는 허리가 아파도 날마다 몇 시간씩 뽑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집앞 뜰로 나가 오후 내내 어두워지도록 일했다.



그런데 달라진 풍경을 보았다. 주말이면 개를 데리고 사람들이 뛰고 걷고 하는 걸 자주 보는데, 이제는 주중에도 많은 동네 사람들이 걷고 있다. 젊은 학생들도 있고 부부도 많았지만 특히 가족들이 함께 우리 집 앞길을 지나가기도 한다.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각자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부에서 지침하는 6피트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족끼리는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재잘재잘 참새처럼 떠들었고 다정하게 대화하며 걷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10여년 전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아무 곳에서나 전화기만 쳐다보며 홀로 떠들며 걷던 사람들만 보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정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며칠 전 남편이 검사를 받으려고 병원에 갔는데 입구에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의료장비가 부족해 마스크도 끼지 않은 의사들과 직원들에게 존경과 연민이 갔다. 재택 근무가 가능한 회사의 직원들은 근무 형태를 바꾸었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딸은 “전쟁터에 나갑니다”라며 현관을 나선다. 파트타임으로 하는 대학강의는 온라인으로 급히 바꾸었지만 본업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마스크와 장갑도 때론 필요한데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 업무를 보는 책상이 넓고 크다며 나를 안심시킨다. 모든 것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바꾸어 놓은 일상이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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