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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갈매기

갈매기
-이태극 (1913-2003)


햇빛은 다사론데 물결 어이 미쳐 뛰나

뜨락 잠기락하여 바람마저 휘젓다가

푸른 선 아스라 넘어 날라 날라 가고나



온 국민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안감

- 시조연구(1953)

오늘의 시조단을 이룬 넉넉한 품

고시조를 집대성하고 현대시조를 이론과 작품으로 체계화한 월하 이태극의 데뷔작이다. 선생이 박병순, 한춘섭과 함께 엮은 ‘한국시조큰사전’(1985. 을지출판공사)에는 이 작품을 1952년 5월, 영도에서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전까지 선생은 서울대와 이화여대, 동덕여대에 출강하며 시조의 이론 연구에 몰두해오다가 6·25 동란을 맞아 40대 부산 피난 시절에 직접 시조를 창작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선생은 이 작품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전쟁의 광풍을 슬퍼하며 아스라한 평화를 그리고 있다. 따뜻한 봄, 거친 물결 위로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을 중의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봄은 또 어찌 이리 넘기기가 힘든 것인가?

선생의 작품들은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서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시조의 전통적인 특성 가운데 하나인 자수율에 따른 율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선생은 1960년 하한주, 조종현, 김광수와 더불어 ‘시조문학’을 창간, 현대시조의 재목들을 배출해 오늘의 시조단을 이루게 했다. 선생은 넉넉한 품으로 시조를 가르치셨다.

오늘날 평단에서 필봉을 드날리고 있는 이숭원 교수가 그의 외아들이다. 3회 추천완료제이던 1960년대와 70년대, 선생은 나를 4회 만에 천료시키셨다. 그만큼 오랜 훈도(薰陶)를 받았으니 나의 복이었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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