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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국란사양상(國亂思良相)

우리말의 어원이 중국에서 전래되었고 일본에까지 전파되어 일본은 지금도 한자를 병용하고 있다. 한글은 표음문자(表音文字)이기에 한문인 표의문자(表意文字)보다 배우기는 쉽지만 한문에 비하여 함축성이 덜하여 의미 전달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학, 과학, 법률 등 학술용어를 한글로만 표기하면 그 뜻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 한문 병용이 절실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성장기는 학제(學制)가 하도 자주 바뀌어 한문(漢文) 공부를 체계 있게 받아 본 적이 없어 읽기는 불편이 없으나 막상 펜으로 필기하는 데는 평생 서투르다.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나이 드신 한문 선생님이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가빈사현처(家貧思賢妻) 국란사양상(國亂思良相)이라는 고사성어를 풀어 주시던 생각이 난다. “가빈시에 사현처하고 국난시에 사양상이라…” 집안이 가난할 때는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운 때는 어진 재상이 절실하다는 풀이다.

가정과 국가의 질서는 천여 년 전이나, 온갖 문명이 발달한 현재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가정이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할 때 현명한 주부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 대통령을 보좌하는 어진 인물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미국 속의 이방인인 이민 1세대 한인들은 이국 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의 어려운 정치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좌익과 우익이 대결하던 8·15 해방 정국 같은 혼란한 사태가 연일 일어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이면(裏面)을 보면 가슴 답답할 때가 많다.

막강한 권세를 가진 한성판윤(漢城判尹)이 하루아침에 자살인지 타살인지 시비를 가리기도 전에 변사자 처리 규정도 무시한 채 보이지 않은 검은 세력에 의하여 증거를 밝힐 수 없는 화장(火葬)으로 처리하여 국민적 저항감에 부채질을 하고 있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좌편향 인사들이 국가의 요직에 기용되는 것을 우려하고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통수권자는 임명을 강행하여 국민적 저항감을 또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라가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러도 정권의 안위만 생각하고 퇴임 후 안전 보험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속내가 들여다보인다. 국난 시에 사양상이 절실한 때다.

미국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퇴 후 대통령을 등지고 비난하는 책을 발간하고 심지어 대통령의 친(親) 질녀(姪女)가 가문의 비사(秘史)를 폭로한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었다. 제왕(帝王)의 권위가 최우선인 독재국가가 아닌 민주화한 나라에서도 양상(良相)의 존재가 아쉽다.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적절하지 못하다 한 인물을 국가의 요직에 앉히는 옹고집은 팔백만 해외 동포에게까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운전대를 잡은 한국의 대통령도 ‘약소국가는 이기는 편에 줄을 서야 생존 번영한다’는 어느 국제정치학자의 충언을 귀담아들어야 하고 충성을 맹서한다는 측근들의 감언을 경계하여야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어른들이 일러 주시던 고사성어( 古事成語)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존의 철학을 쉽게 일러 주셨고 앞으로 후세들에게도 전하여야 할 함축성(含蓄性) 있는 생활의 지침서다.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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