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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한국과 미국의 시위 문화

근래 해마다 여름이 되면 미네소타주 ‘콩코디아 언어마을’의 한국어 마을인 ‘숲속의 호수’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지난 수 십 년간 미국의 리더로 성장할 젊은이들이 이곳에 머물며 외국의 언어와 문화를 처음으로 접해왔습니다.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는 가장 최근 생긴 마을이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마을입니다.

미네소타라 하면 조지 플로이드가 떠오릅니다. 그의 죽음은 ‘흑인 생명도 소중(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촉발시켰습니다.

올해는 콩코디아에 가는 대신 워싱턴 사무실에서 미국 전역에서 접속한 청소년 25명과 함께 온라인 캠프를 했습니다.

이날의 주제는 ‘한국의 시위 문화’였습니다. 학생들은 조별로 1960년대 학생 시위, 80년대 민주화 운동, 2000년대 반미 운동, 2016년과 17년 촛불집회 등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네 가지 사건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각 온라인 그룹은 시대별로 시위에 쓰인 노래와 사진, 예술 작품, 시를 받아 공부한 후 발표했습니다. 학생들은 시위 문화에 스며있는 열정·희생·환멸·이상주의에 감동을 받았지만 운동 자체에 어떤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80년대 중반 서울 거리에서 직접 목격한 상황을 학생들과 공유했습니다. 일명 ‘국가의 양심’인 대학생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낸 것을 말입니다. 2016년 같은 거리를 걸었던 경험도 이야기했습니다. 거리는 다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가득찼습니다.

저는 한국의 시위 문화가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시위 문화는 민주주의가 튼튼해지고 디지털 소통이 부상하면서 그 타당성을 잃기는커녕 오히려 진화해 한국 정치 문화에 더욱 깊게 파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정치와 시위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1968년 이후 시민들의 소요가 가장 크고 오래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시위를 직접 보거나 참여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시위에서 무엇을 했고 언제, 어디서, 어떤 시위를 할지를 어떻게 정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경험을 배움으로써 미국의 항쟁 역사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투쟁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정치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할 것인가? 어떻게 사회가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안전과 질서에 대한 열망을 균형있게 유지할 것인가? 어떻게 닳아 해어진 민주주의 기관과 관행 속에서 신뢰와 역량을 재건할 것인가?

칼럼을 쓰면서 인권 운동의 대부이자 하원의원인 존 루이스의 추도식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을 하며 경찰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비폭력 원칙과 인간애를 저버리지 않은 전설적 인물입니다. ‘의회의 양심’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암으로 죽음을 앞둔 지난 7월 ‘흑인 생명도 소중’ 광장(Black Lives Matter Plaza)을 방문했습니다.

그가 가난하고 인종 차별이 심한 남부 마을에서 인권 운동에 참여했을 때 부모님은 “괜히 골칫거리 만들지 마라”라고 충고했습니다. 생전 루이스 의원은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좋은 골칫거리, 필요한 골칫거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미국의 영혼을 구하는 것을 도와라”라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또 “투표는 소중하고 신성하다”며 “민주주의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비폭력 도구”라는 점을 누누이 상기시켰습니다.

학생들이 미네소타의 ‘숲속의 호수’에서 영감이 가득하고 복잡한 그리고 아직 미완성인 한국 현대사의 여정과 시위 문화를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겁니다. 대신 그들은 사회적 대혼란과 투쟁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한국의 경험을 더 깊게 배울 수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게 우리가 공유한 도전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 전 주한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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