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호의 시사분석]기본으로 돌아가기
3월초 연방 정부가 팬데믹을 선포하고 3월 21일 일리노이 정부가 자택대피령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미처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전염병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은 1919년 독감 이후 처음인 셈이니 현재 세대는 이런 특수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곧 백신이 나올 것이고 자택대피령과 같은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면 팬데믹이 잡힐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망상이었음이 드러났다. 마스크 착용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이번에야 알았다. 단순히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 이를 음모론으로 받아들이는 컴캐스트 설치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나마 일리노이와 시카고는 나았다. 3월만 하더라도 8월초 미국에서만 480만명 이상의 감염자와 16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만은 현재 상황은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숫자가 현실 그대로를 말해주고 있다.그러니 이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신속하고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다는 희망은 내려놔야겠다. 오히려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진행될 뉴 노멀을 차분하게 맞아야 하는 것을 아닐까 싶다. 어떤 부분이 뉴 노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더니 우리 생활 전반이 그렇다. 직장 생활이 그렇고 아이들 학교가 해당된다. 폭염을 피해 가까운 호변으로 놀러갈 때도 새로운 제한 조치가 적용된다. 시카고 호변은 아직 개장을 하지 못했고 서버브 지역은 각 지자체 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거주자들에게만 입장을 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타 주 거주자들에게는 시즌 패스를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고 음식에 지쳐 가끔 외식을 하고 싶더라도 일단 실내 자리가 많지 않다. 파티오에서 식사를 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기지는 몇 달 유예를 한다 하더라도 10월초로 다가온 재산세 납부 기한은 지켜야 법으로 규정된 연체료를 피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인근 지역을 다녀와 볼까 마음을 먹어도 인기가 있는 곳은 이미 만원 사례다. 인디애나 둔스 국립공원이 그렇다. 인근 호변이 다 폐쇄되다 보니 유일하게 문을 연 인디애나 주 국립공원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한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스타브드 록 주립공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지인의 말을 듣기도 했다. 어차피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면 아이들을 안전한 한국으로 보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한국과 미국에서 두번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백신이 나오지 않았고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다. 개인 위생 강화와 밀집한 장소를 피하는 것이 시작이다. 최근 시카고 지역의 감염 사례가 다시 증가하는 것도 6월말 규제 조치를 완화한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누로 손을 제대로 씻고 마스크를 쓰며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은 피해야 한다. 지금은 그것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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