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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야단법석(野檀法席)

불가에서 법당은 엄숙한 곳입니다. 대법당에서는 불상에 절을 하거나 예물을 바치거나 하는 곳이고 다른 법당에서는 대사가 설법 독경을 하거나 경문을 강의하거나 법회를 설법하는 엄숙한 곳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서 법당이 차고 넘칠 때는 마당이나 들에 단을 쌓아 놓고 대사가 설법을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들에 단을 쌓는 것이 야단이고 뜰에 강단을 세우는 것이 법석입니다.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석가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는데 약 300만명이 모여서 설법을 들었다고 하고 원효대사도 들 언덕에서 설법하였는데 몇천명이 모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설법을 듣고 불쌍한 중생을 그냥 돌려 보낼 수 없어 밥을 먹여 보냈는데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설법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든 사람들이 많고 또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시비를 걸고 떠들어대어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아마 설법이 제대로 안 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끄러워진 야단의 설법을 야단법석이라고 하고 전해져 내려왔다고 합니다.

본래의 설법을 진행 못 하고 시끄러워진 집회가 야단법석입니다. 그래서 집안이나 집회가 시끄러워지고 혼란스러워지면 야단법석이라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집회에는 여자와 애들을 빼고 5000명이 모였고 오병이어 식사를 나누어 줄 때 50명씩 앉혔다고 하니 질서가 잘 유지되었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면 질서를 유지하기가 힘들고 시끄러워집니다.

옛날 민주주의를 하던 그리스에서 아고라 광장이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면 굉장히 시끄러웠을 텐데 어찌 회의를 진행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민주주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게는 아파트의 주민회의에서부터 군의회, 시의회, 도의회가 있어 선출된 대표들이 모여 민의를 대변합니다. 중앙정부로 오면 국회가 있고 행정부는 국회에서 결의한 법에 따라 행정부가 집행하고 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의기관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민이 길에 나와 그야말로 야단법석을 차리게 됩니다. 아파트 앞에도 회장단 물러가라 하는 피켓이 나붙을 때도 있고 시의회나 도의회에도 데모대가 몰려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규모가 큰 나라의 일은 국민을 만족하게 해주기가 힘이 든 모양입니다. 국회의사당 앞이나 서울의 가장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에는 데모대가 없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야단법석의 이름의 유래에 따라서 이 소란은 설법에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잿밥에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있는 것처럼 정말 정의나 애국 애족의 생각보다는 자기들의 집단 이익을 쫓아 모이는 때가 훨씬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 야단법석을 하다 보면 본 설법이 어디로 없어져 버리고 자기들끼리 시비를 걸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듯이 군중을 선동하는 몇 사람들의 말에 따라가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군중이 모이면 석가나 원효대사의 설법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목소리 크고 선동을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민노총이 몽둥이를 들고 경찰차를 때려 부수는데 설법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지금은 절에서도 야단법석을 차려 놓고 설법을 강의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야단법석은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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