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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서울 정도’로 글 잘 쓰는 인공지능

요즘 언어처리 인공지능 분야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사건만큼이나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미국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개발, 공개한 ‘GPT-3’ 글쓰기 인공지능 덕분이다.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다면 기억해 둘 만하다. 인공지능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기술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GPT-3는 사람이 쓴 것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글을 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사업 분야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GPT-3는 “사람들이 직접 상호 작용을 하는 사업이다. 이는 식당, 소매점, 다른 대부분의 서비스 기반 산업을 포함한다”라고 답한다. 상식적 질문에 대해 정확히 답한다. “동물은 다리가 몇 개지?”라고 물으면 “동물은 다리가 4개입니다”라 하고, “왜 다리가 세 개인 동물은 없지?”라고 물으면 “다리가 세 개이면 넘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한다.

GPT-3는 글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짤 수 있다. 일정 관리 앱을 만들라고 지시하면 소스 코드를 출력해 낸다. 법률 분야와 같은 전문적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일반인이 쓴 글을 넣으면 마치 변호사가 작성한 것처럼 변환해 내기도 하고, 반대로 어려운 법률용어로 된 계약서를 쉽게 풀어서 쓴 글로 변환하기도 한다.

GPT-3를 사용해 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무서울 정도로” 글을 잘 쓴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인공지능이 칼럼니스트 직업을 대체하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눈앞에 닥친 일처럼 느껴진다고 위기감을 표했다. 인공지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스포츠나 주식 관련 기사와 같이 사실 전달 중심의 글을 쓰는 데 활용되어 왔지만, 이제 논설문과 같이 복잡한 문장까지 생성해 낼 수 있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이 기술이 충격적인 이유는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GPT-3 개발자들은 새로운 인공신경망 구조나 학습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 아니다. 그저 인공신경망의 크기를 키웠을 뿐이다. 그것도 아주 크게 말이다. GPT-3는 종래의 언어처리 인공신경망보다 100배 넘게 크기를 키워서 지금의 성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GPT-3의 인공신경망 크기는 아직 인간 뇌의 0.2%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인공신경망의 크기가 더 커지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큰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키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GPT-3를 학습시키기 위해 수십만 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가진 수퍼컴퓨터가 사용되었다. 인공신경망을 한 번 학습시키는데 50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인공신경망 하나를 학습하기 위해 이 정도 예산을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그래서 이제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대학 연구실이나 스타트업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막대한 자금력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대규모 연구소나 세계적 기술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 분야를 주도하게 될 공산이 크다.

우리도 GPT-3의 성능에 버금가는 한국어 인공지능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는 언어 체계가 다르므로 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 어렵다.

그런데 GPT-3와 같은 ‘초대형’ 인공신경망을 만드는 데는 막대한 자원과 예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인공신경망을 구축하여 우수한 한국어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투자를 통해 한국어 인공지능 모델을 잘 학습시켜 그 결과물을 공개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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