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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투자] 300년 데이터에서 찾은 부의 비법

부를 이루는 출발점은 자본
자본을 변동성이 적은 곳에

자본의 글로벌 분산이 필요
상속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부(富)가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이유를 밝혔다. 2014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1700년부터 지금까지 300년 기간의 부(富)의 불균등한 성장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피케티의 부의 불균등 분석을 부를 이룬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부의 비법이 된다. 세 가지 원칙을 찾을 수 있는데, 이를 개인 자산관리에 대입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첫째, 자본을 가진다. 여기서 자본은 기계나 공장과 같은 사업자본, 온갖 종류의 부동산, 금융자산을 포함한 넓은 개념이다. 자본의 성격이 과거에는 주로 토지나 국채였다가 이제 부동산·산업자본·금융자산으로 바뀌었지만 자본의 중요성은 그대로다. 피케티는 오랫동안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고 했다. 이러한 높은 자본수익률과 편중된 자본 소유가 부의 불평등 원인이라 보았다.

과거와 달리 사업을 영위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자본을 소유할 수 있다. 기업의 지분인 주식을 소유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 리츠(REITs)와 같은 금융상품을 통해 큰 빌딩, 병원, 물류센터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 해외 식민지 개척을 하지 않아도 모바일에서 간단하게 해외 기업의 지분을 살 수 있다. 따라서, 개인 자산관리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자본을 소유하는 게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다. 예일 대학의 전설적인 기금운용 최고책임자 데이비드 스웬슨이 자산배분의 첫 번째 원칙이 주식 중심(equity bias)이라고 한 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둘째, 자본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파괴될 위험이 없는 곳에 둔다. 피케티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지만, 대공황과 세계대전이 있었던 1900~1950년대 기간에는 자본수익률이 더 낮아졌다. 이 기간 동안 자본 손실과 세금을 공제한 자본수익률은 1%에 불과했다. 이는 1, 2차 대전으로 자본이 대폭 파괴되었고 세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쟁이나 혁명은 부의 질서를 바꾸어 버린다.



1억원을 연 5% 수익률로 100년 두면 130억원이, 150년 두면 1500억원이 된다. 이런 꿈 같은 이야기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자본이 장기간 온전히 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을 온전하게 보전해서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전쟁, 내란,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불황, 국가 파산 등이 없는 곳에 자산을 두어야 한다. 안전하고 변동성이 적은 곳이 어딘지를 콕 집어 예측하기 어렵다면 안전한 몇 군데로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 부의 이전이다.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은 자수성가한 고리오가 두 딸의 지참금으로 거액을 증여하고 본인은 초라한 하숙집에서 죽는 이야기다. 소설 중 보트랭은 법학도인 라스티냐크에게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검사장이 되는 길보다 그를 좋아하는 상속녀와 결혼하여 100만 프랑의 재산을 손에 쥐라고 유혹한다. 19세기 유럽은 변변한 직업이 없어 자신의 노동소득으로 부를 쌓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이처럼 상속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당시 프랑스에서는 한 해 상속재산이 국민소득의 20%에 육박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보면 400조원 정도 상속된다는 것이다. 2018년 우리나라 상속액과 증여액을 합치면 110조원 정도 된다.

상속 비율이 1, 2차 세계 대전 후 좀 낮아지는 듯 하다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부가 축적되면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높아 사정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화를 통해 부가 축적된 반면 청년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속재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잘해서 상속재산을 더 받으려는 ‘효(孝)테크’가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상속을 외생적인 변수로 본다면,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며 자본의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변동성이 적은 곳에 두어야 한다. 안전하고 우량한 곳에 장기 투자하라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300년간 데이터가 보여 주는 ‘부의 정석’이다.


김경록 /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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