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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생활의 활줄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곳에 Sun City 라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꿈을 가진 사업가가 1960년대 시작을 했는데 1970년 이후에 빨리 발전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는 나이 드신 분들이 살기 좋은 유토피아를 이루어 보려는 꿈을 가지고 개발했습니다. 단지를 아름답게 구성을 하고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첫해에 2000가구가 입주했다고 합니다. 이 도시는 붐을 일으켜 몇 년 후에는 2만6000가구가 되더니 지금은 4만 가구로 늘어났습니다.

저를 많이 사랑해 주시던 선배님이 Sun city Grand 라는 곳으로 은퇴하셨습니다. 그리고 늘그막에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 살자고 하며 강력하게 집을 사라고 권고를 했습니다. 나는 지도를 보니 그 남쪽 황무지 한가운데로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선배님의 말에 그저 네 네 하기만 하고 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님은 그러면 자기 집에 일주일간 휴가를 와서 쉬어가라고 강권하셨습니다. 그것마저도 거절할 수 없어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Sun city로 갔습니다.

동네는 아름다웠습니다. 집은 잘 가꾸어진 공원 속에 있었고 사막과 같은 땅인데도 뒷마당에 오렌지 나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마다 스프링클러가 달려 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영장이 있고 집값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철저히 실버 시티즌을 위한 도시여서 55세 이상이 되어야 집을 살 수가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 가보니 게시판에는 수많은 광고가 붙어 있는데 라스베이거스 관광, 그랜드 캐니언 여행, 쇼핑 안내, 음악감상, 영화 관람 등의 광고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골프 코스가 여기저기 있어서 뉴저지처럼 부킹하느라고 야단을 하지 않아도 골프를 칠 수 있었습니다. 또 아침마다 병원으로 가는 버스도 있어서 병원 출입도 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데 몇 년 전 발표된 것을 보면 여기 주민들의 치매 발병률이 다른 도시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이 사람들이 너무 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뇌도 운동을 못 하여 치매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요양원에서는 먹여주고 입혀주고 간호해주고 정말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치매 환자들이 요양원에 들어가면 병세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치매 현상이 더욱 깊어집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쓰지 않으면 뇌도 쇠퇴합니다. 한 번 읽은 책이 머리에 프린트되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아서 읽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고 다음에는 자잘한 이야기를 잊어버리게 되어 나중에 이 소설을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치매 예방법 중의 하나가 거울 앞에 앉아 혀 운동을 하고 표정을 자꾸 바꾸고 혼자서라도 이야기를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에는 스트레스가 필요합니다. 스트레스 없이는 우리의 뇌가 긴장하지 않습니다. 운동도 하고 사람들끼리 만나서 토론하고 토론을 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기억을 하며 핏대도 가끔은 올려야 합니다. 용불용설이 100% 맞는 말도 아니지만 100% 틀린 말도 아닙니다. 아무리 노인이라도 운동을 하고 걷는 사람의 종아리는 굵더라고요.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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