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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제임스 본드의 추억

지난 주 시카고 선데이트리뷴은 숀 코넬리(1930~2020)의 작고 기사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1962년 007시리즈 ‘닥터 노’로 숀 코넬리가 첫 제임스 본드 역으로 데뷔한 이래 그동안 본드 역은 로저 무어를 비롯해 티모시 탈튼,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이어져 왔다.

박력 있는 본드 연기로 한때 쇠퇴기에 접어들었던 007시리즈를 부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는 브로스넌은 원래 MGM 영화사와 본드 역으로 4번 출연 계약이 되어있어 2002년의 ‘다이 어나더 데이’로 만료가 됐다. 하지만 재출연 요청을 받고서 영화 제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브로콜리 가족 측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브로스넌이 자진 포기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아무래도 금년 53세라는 그의 나이가 문제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007영화를 처음 본 것은 대학 시절인 1963년 스칼라 극장에서였다. 숀 코넬리와 이탈리아 미스 유니버스 출신 다니엘라 비안치가 본드 걸로 데뷔한 ‘From Russia With Love’로 한글 영화 제목은 ‘위기일발’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어서 ‘닥터 노’와 ‘골드 핑거’가 연차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히트를 치자, 유사한 첩보 외화들이 한때 서울의 극장가를 휩쓸었다.



007 작가는 이안 플레밍(1909~1964)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에서 정보 장교로 일한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첫 서스펜스 소설을 발표한 것이 ‘카지노 로열’(1952)인데 바로 이 작품에서 ‘007’이라는 에이전트 아이디 넘버를 가진 영국 첩보요원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그의 12편의 연작 소설들은 11개 국어로 번역이 되어 1800만 권 이상이 팔렸다. 운 좋게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애독한 소설로 신문에 소개가 되자 미국에서 즉시 베스트 셀러가 되고 결국 007영화로 지금까지 시리즈로 계속 제작되어 각광을 받으며 지구촌 곳곳을 누비게 됐다.

그를 세계적인 007 인기 작가로 만들어 준 케네디 대통령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62년 백악관 칵테일 파티에 초대됐던 플레밍이 당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로 골머리를 앓던 대통령에게 카스트로를 제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소개했다. 플레밍은 카스트로의 카리스마적 권위는 새까만 턱수염에서 오기 때문에 턱수염이 대기 중에서 방사능 물질을 흡수해 암이나 불임증을 유발한다는 허위 보도를 퍼뜨리면 카스트로가 턱 수염을 깎을 것이고, 결국은 권위를 상실해 실각할 것이라는 했다. 이 같은 익살스러운 말에 대통령은 답례로 그의 소설을 한 권 읽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하여튼 어언 반세기가 넘도록 나는 아직도 007영화를 즐기고 있으니 제임스 본드와는 참으로 끈질긴 인연이라 하겠다.


명계웅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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