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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얘기] 노자가 말하는 삶 얘기 2

중국 철학의 탄생, “삶의 길을 ‘도(道)’라 한다”

필자 생각은 유비보다 조조가 ‘덕’이 있는 사람이다.

이유는 이렇다. 지난주 얘기처럼 덕이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의 상태이다. 지식도, 가치도, 이념도 힘 못 쓰는내 가슴 속 깊은 곳 내적인 힘이다. 속칭, ‘화장기 없는 맨 얼굴’ 이다.

‘사람이 근본이다’ 라는 이념과 가치를 중시한 유비는 이를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반면 조조는 기존 생각이나 이념이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나다움’, 곧 카리스마로 차 있는 사람이었다. 내 안의 나로 가득했으므로 내 멋대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인재 등용의 원칙이 그랬고,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함에도 유리했다. ‘선’ 이란 이념으로 무장한 유비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본 조조가 덕에 가깝다는 얘기다.



사실 유비의 인간적인 면과 조조의 카리스마 대비는, ‘인’을 실천함이 올바른 삶이라는 공자의 주장과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노자의 논쟁하고 같은 얘기다. 후에 상세히 살펴본다.

화제를 돌려보자. 철학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올바른 삶의 길을 찾는 생각의 모음이다. 서양이 고대 그리스철학을 시작으로 인간의 욕망과 본질을 중시하는 지금의 현대철학으로 발전하는 동안, 한반도 이웃 중국인들의 삶에 대한 생각은 어땠을까?

중국인들의 삶에 대한 성찰은 지금부터 약 2천7백 년 전 춘추전국시대 시작됐다. 이전까지 서양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고대 봉건사회는 ‘상제’ 라 불리는 절대권력의 왕 아래 신하와 백성의 주종관계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 세계의 모든 일을 신이 주관하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왕은 ‘천명(天命)’으로 신권을 위탁받은 초월적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고대 3국(하,은,주) 시대를 지나며 상제의 천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화됐다. 이 천명의 약화를 보여주는 예가 바로 ‘덕’의 출현이다. 덕의 개념은 주나라가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새 제국을 건설할 때 만들어졌다. 원래 신의 명령으로 세워진 나라는 영원해야 정상인데, 신과 얘기를 나눠보니 천명이 은나라에서 주나라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이렇게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덕이 있는 사람이다. 덕의 유래는 고대 중국 신에게 제사 지낼 때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정화된 마음 상태’를 뜻한다. 바로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 상태다.

과거엔 천명을 받들기만 했지만, 덕으로 천명과 소통함으로써 신의 뜻을 움직일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천명보다 사람의 힘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덕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아직 천명을 받은 상제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주나라 말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반 서민들의 힘이 증가하는몇 가지 사회적 사건이 연속되었고, 결국 신을 끌어내리고 일반인의 보편적인 삶이 등장하게 된다.

사회적 사건 첫 번째는 변경된 ‘조세제도’ 다. 고대 중국 국가운영의 근간은 토지를 경작해 세금으로 바치는 ‘정전제’ 였다. 정전제는 간단히 말해 토지를 9개로 나누어 8개는 주민들이 공동 경작해 먹고살고 나머지 1개는 모두 세금으로 바치는 제도다. 문제는 국가에 바치는 양이 일정하지 않고 줄어드는 데 있었다. 그래서 아예 제도를 바꿔 바치는 곡물의 양을 일정하게 정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농민들은 정해진 양만 채우면 되므로 자유가 생김으로 상업 등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농사짓던 소인 계급의 자유는 기존 수직구조 균열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는 춘추시대 말엽의 ‘철기시대’ 도래다. 철기 이전의 농사는 주로 석기였다. 청동기는 강도가 약해 농사에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철기가 활용되면서 생산량은 비교할 수없을 만큼 증가했다. 땅을 깊게 파고 열을 가해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었으며, 또 물을 위한 수로 등도 손쉽게 만들 수 있었으니. 이제 소인들이 더 많은부를 축적하면서 신분상승을 도모,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세 번째 ‘진시황’의 등장. 부를 축적한 소인계층이 점점 강해지고 군자계층이 약해지면서 소인은 세습 귀족을 모두 타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이 바로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혼란한 전국시대 정국을 통일하기 위해 힘 있는 소인들의 신흥 자본가를 옹호하고 귀족 세력을 무시하는 정책을 폈다.

마지막 네 번째는 ‘법(法)’의 등장이다. 법 또는 법률은 하늘이 개입 안 된 인간이 만든 규칙이요 이데올로기다. 상하 이중구조가 무너지면서 마침내 하늘의 뜻은 완전히 배제된 법이 등장, 하늘을 완전히 극복하게 된다. 법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천명을 극복한 진시황은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결국 중국 통일을 이뤄냈다. 하늘에서 땅의 시대로 새 시대를 연 진시황의 진나라는 하늘이 배제된 법을 내세워 전국을 통일한 셈이다(중국의 영어단어 ‘China’ 는 ‘진(Chin)’ 에서 비롯됐다).

이제 그동안 절대적으로 믿었던 신과 하늘이 사라지자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인간 자신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인간만 남은 세상에서 새로운 문제의식과 그들의 올바른 삶을 제시할 새로운 생각, 즉 철학의 출현이 절실해졌다. 마치 서양에서 신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암흑의 중세를 지나 인간이 드러나기 시작한 근대철학의 출현처럼.

이 새로운 생각이 만든 것이 바로 ‘道(도)’ 다. 도란 하늘의 명령이 아닌 인간을 위한 ‘인간의 길’ 이요, 마땅히 가야 할 ‘삶의 길’이다. 신의 권위로 유지되던 질서가 도를 통해 사람의 생각에 의한 질서로 변환되기 시작한 셈이다. 도는 중국인이 신과 하늘을 벗어나 소리친 최초의 ‘독립선언서’ 요 그들 삶 철학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삶의 길을 명료하게 제시한 천재 철학자 둘이 있었다. 바로 노자와 공자다.


정승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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