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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울다와 울리다

사람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눈에 티가 들어갔을 때 눈물을 흘리면 티가 함께 빠져나옵니다. 겨우 눈물을 흘리고 나면 편해집니다. 눈물은 나도 모르게 흐르기도 하지만, 노력해도 잘 나오지 않는 특이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눈물을 잘 흘리는 게 연기의 기본이기도 하죠. 한편 어릴 때부터 눈물을 참아야 한다고 배워왔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오고 맙니다. 눈물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감정을 씻어 편안하게 해 줍니다.

저는 ‘울음’이라는 말을 보면서 우는 것은 ‘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말에서 ‘울다’와 ‘울리다’의 뿌리가 같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전해 줍니다. 혼자서 울기도 하지만 울음은 울림이 되어 전해집니다. 울음을 통해서 우리의 감정이 전해지는 겁니다. 저는 이런 점에 주목하여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라는 책을 쓴 적도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울다’는 제 가슴을 울린 단어이기도 합니다. 울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울음의 진정한 미학은 공감에 있습니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며 우는 것입니다.

눈물이 메말랐다고 이야기하는 세상이지만 의외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울 일도 더 많아졌습니다. 우는 건 좋은 일입니다. 슬픔이 많아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울음은 감정의 찌꺼기를 흘려 내보내는 일입니다. 우리 속에는 참 많은 감정이 모여 있습니다. 사람과의 만남은 감정을 쌓아놓습니다. 좋은 감정이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감정이 쌓여 갑니다. 쌓인 감정 위로 또 다른 감정이 쌓입니다. 그렇게 썩은 냄새가 납니다. 썩은 물은 내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깨끗한 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눈물은 나약함이 아닌데, 나약함의 증거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눈물은 우리의 참을 수 없는 진심이기도 합니다.

저는 공자의 눈물과 예수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논어에 보면 공자께서 사랑하는 제자 안회를 잃었을 때 큰 소리로 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말로 통곡을 합니다.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자를 잃고도 의연한 모습을 지키는 것보다 통곡하는 공자께 존경의 마음이 커집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께서는 죽은 나사로를 살리러 가는 장면에서 비통해하는 나사로의 누이들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아픔은 그대로 나의 아픔입니다. 가장 큰 위로는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성자여서 모든 것을 이겨낼 것처럼 보이지만 슬픔과 공감의 감정은 귀한 것입니다. 저는 우는 모습에서 공자와 예수를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눈물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울음은 울림이라는 말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아가들이 우는 장면을 보면서 놀랍니다. 아가들은 다른 아이가 울면 덩달아 웁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서럽게 웁니다. 이런 공감은 본능입니다. 배워서 아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슬프고 힘들면 같이 슬퍼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런 공감은 가르쳐서 깨닫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런 소중한 감정을 잊고 삽니다. 다른 사람이 슬픈데 나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때는 다른 이에게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공감의 감정이 있다면 다른 이를 고통에 빠뜨릴 수는 없을 겁니다. 나 역시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다른 이가 슬프다면 같이 슬퍼해야 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다른 이가 아프다면 같이 아파해야 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염이 바로 감정의 울림이 아닐까요? 우리말 ‘울다’는 공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 감정의 찌꺼기도 흘려보내고, 서로 위로하며 어깨 토닥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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