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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웃는 연습 하다 보니

웃는 연습을 했다. 손녀의 웃는 얼굴 사진을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아침에 출근해서 손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나도 따라 웃으며, 웃는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 일에 바쁘게 시달리다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타고난 본연의 내 얼굴인 양 양미간에 주름이 지고 긴장된 표정이다. 웃어야지 하며 웃어보았다. ‘너의 웃음은 가짜야. 항상 웃을 수 있을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으로 늘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살다 보면 억울한 일, 비참한 일, 최선을 다해도 달성 안 되는 일, 사기와 도둑, 편견과 차별, 예상 못 한 재난도 만나는데, 늘 웃을 수 있어? 그런 질문이 돌아왔다. 늘 웃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왜 내가 웃는 연습을 시작하였을까 되돌아보았다. 우선 웃음의 건강효과로 나도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다. 웃으면 천연 진통제 엔도르핀 활성화로 고통을 잊고, 삶의 활기를 찾으며, 면역력을 높이며 혈압도 조정하여 병들지 않게 돕는다는 연구결과를 믿기 때문이다.



웃으면 본인의 기분도 좋아지지만, 웃음은 전염성이 높아 상대하는 사람과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여러 면접, 각종 경연대회, 각종 판매행위에서 웃음이 실적을 올린다.
어려운 과거 경험에서 웃음을 잃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도 웃음을 회복하기 위해 웃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또 웃을 일들을 찾아보는 훈련을 통해 내 삶 속에 있는 감사와 신비, 은혜와 사랑도 찾아보는 연습을 하여 부정적으로 기울어진 정서의 저울대에 평형을 찾고 싶었다.
“살아온 증거가 있잖아! 억울한 일, 비참한 일, 최선을 다해도 달성 안 되는 일, 사기와 도둑, 편견과 차별 속에 굳어진 얼굴인데, 앞으로 살날 속에도 그런 일들은 계속될 터인데, 늘 웃을 수 있어?” 그런 생각이 나고, 그 생각에 반대 의견과의 논쟁이 심각해지니 잠자리에 들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살아온 날들 속에 나에게 절망과 좌절을 준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집터를 미끼로 사기를 친 사람, 교대 교수를 약속하고 뇌물로 나를 실직 시킨 교대 학장, 깨진 가정에서 나의 부모의 문제, 작은 좀도둑들, 주위에 별난 사람들. 그들이 나의 삶을 힘들게 한 사람들이다.
이번엔 삶의 고비에서 나를 도와준 고마운 분들도 찾아보았다. 화전민 아버지를 설득해서 나를 중학교에 가도록 도운 조병찬 6학년 때 담임 선생님, 대학원 졸업 후에 교대로 취직을 알선한 주임 교수 이영덕 박사님, 박사학위를 마치도록 도와주고 미국 대학에 취직하도록 도와준 알렉산더 교수님, 혹스테틀러 교수님, 쏘른슨 교수님, 그 외 미국 직장에서 나를 도와준 수많은 동료 교수님들, 어려운 시간을 나와 늘 같이 한 아내, 친구들….
추억 속에서 그분들을 한 사람씩 떠올려 아직도 생생한 경험들을 생각하니 밤의 잠은 도망갔지만, 가슴이 뜨겁고 감사로 채워졌다.
마음에 저울대를 놓고 한쪽에는 살아오면서 나에게 좌절과 실망을 준 사람들을 모두 올려놓았다. 저울대 반대편 끝에는 나를 도와준 고마운 은인들을 모두 올려 놓아보았다. 저울대가 고마운 은인들 쪽으로 기울며 좌절과 실망을 준 쪽이 공중으로 가볍게 뜬다. 좌절과 실망을 준 쪽보다 고마운 분들이 백배 천 배 더 많고 크다. 이건 게임이 안 된다. 어둡고 아둔하던 던 방에 밝은 촛불이 어둠을 녹여버린다.
나는 학교에서 평생을 보냈으니, 당연히 감사한 인연은 학교 주변 인물이지만, 사업을 하신 분들이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신 분들에게 감사한 인연들은 일하신 주변에 있을 것이다. 많은 분이 마음의 저울대 위에 좌절과 절망을 준 사람들과 감사한 분들을 달아보면, 좌절과 실망을 준 쪽보다 고맙고 감사한 쪽이 훨씬 무거울 것이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 비참한 일, 최선을 다해도 달성 안 되는 일, 사기와 도둑, 편견과 차별, 예상 못 한 재난도 만나도, 늘 웃을 수 있어?”
나에게 도전한 질문으로 되돌아갔다.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다. 이제 시작이지만, 늘 웃으며 살도록 노력해볼 것이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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