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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을 TV로 보았다. 미국 온 지 40년, 이번처럼 선거부터 당선, 취임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 적은 없었다. 그 넓은 광장을 시민 대신 깃발과 무장 군인들로 채운, 참으로 미국답지 않는 모습이다.

레이건 대통령부터 시작해 아버지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 오바마, 트럼프, 그리고 이번 대선까지 빠짐없이 투표를 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는 결과에 승복하고 다수가 선택한 길을 함께 가는 것이다. 이런 정서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실수는 바로 승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심판의 오심으로 중요한 경기의 결과가 바뀌는 경우를 보게 된다.

미국인들은 이런 훈련을 어려서부터 한다. 유소년 스포츠의 심판은 아마추어들이다. 자원봉사자나 학부모들이 기본적인 규칙을 배운 후, 심판을 본다. 운동장에서는 당연히 오심이 나온다. 오심으로 승패가 갈리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두고 다투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 결과를 바꾸기 시작하면 심판의 판정에 시비 거는 일은 점차 늘어날 것이며, 운동장에서는 질서가 사라질 것이다.



30여 년 미국 직장에 다니며 수많은 회의에 참석했다. 문 닫은 회의실 안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일단 회의가 끝나면 모두 다시 웃는 얼굴로 방을 나선다.

이런 분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직급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고, 토론이 가능하다. 다른 의견을 내고 열띤 토론을 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안은 모두 한마음으로 협조해야 한다.

이런 미국의 정서를 바꾸어 놓은 사람이 트럼프다. 자기가 당선될 때는 훌륭한 제도였던 미국의 선거제도가 낙선이 되고 나니 부정선거의 온상이 되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총으로 무장하고 의회를 점거해서라도 결과를 뒤집겠다는 것이 그와 그를 지지하는 무리들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어깨 너머로 의술을 배운 무면허 의료인에게 병든 가족을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정치를 잘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재선이 확실하던 트럼프로서는 선거 결과가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협조하며 좋은 모습으로 물러서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정치인은 배우와 같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때로는 마음에 없는 역할도 해야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었더라면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바이든에게 거는 미국인들의 기대는 크다. 그는 자신에게 반대했던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을 믿는다. 걱정은 맹목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무리들이다. 과연 그들이 지난 4년 동안 트럼프의 수많은 거짓말에 속아서 살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는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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