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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열을 넘어 화합의 정치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0년대에 국무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담당 국장으로 파견나가 있었다.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NSC의 소박한 리셉션 구역에는 ‘1812년 전쟁’(제2차 미영전쟁) 중 영국인들이 1814년에 백악관과 미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을 불태우는 장면을 그린 작은 그림 몇 점이 걸려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특수관계 때문에 이 곳을 방문한 수많은 영국인들은 이 굴욕적인 역사적 순간을 중요시하는 점에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했다.

당시 나는 1814년 이래 어떠한 외세의 침략에도 우리의 수도나 국가가 점령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의사당을 습격한 무리는 대부분 백인 남성에 스스로를 애국자라 칭하는 사람들이었다. 현직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선동된 시위대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내셔널몰을 행진하는 모습에 마치 다른 나라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미국은 강력한 기관과 오랜 민주주의 전통 덕분에 이런 종류의 격변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당에서 벌어진 사태를 “우리를 대표하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버드대 역사학자 질 레포어는 “우리는 미국 역사의 틀에서 이탈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마르 와소우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7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사실 의사당 습격사건은 참으로 미국스러웠다”고 단언했다. 그는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아프리카계와 유대계가 당선되는 역사적인 승리와 같은 시기에 발생한 이번 폭력사태를 미국의 두 가지 오랜 전통간의 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인종간 현상을 유지하려는 민족주의와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평등권을 지키려는 두 전통간의 경쟁 말이다. 날카로운 통찰이다.

우리는 한국인들을 비롯한 전세계 사람들과 아직도 역사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의 역사와 우리가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엘리사 슬롯킨 미시간주 하원의원은 미국의 가장 큰 국가안보 문제는 미국 내부의 분열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의사당 습격사건이 전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타격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건 우리의 본 모습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인간의 더 나은 본성에 호소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 시대 이후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 대한 믿음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양국간의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강화하고 보강하는 것도 더욱 중요해졌다.

1월의 암울했던 나날들에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순간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역할도 컸다. 지난 3일 한국계 미국인 4명이 연방 하원의원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세 명의 여성 의원 중 한 명은 이례적으로 한복을 입고 취임선서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시위대의 습격으로 난장판이 된 의사당의 청소를 도운 앤디 김 의원은 책임감 있는 시민의 전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지난 13일은 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로 탄핵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계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이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미주 한인의 날’ 행사에서 한국인과 흑인의 유산이 그녀의 삶과 가치에 미친 영향의 중요성에 대해 감동적인 연설을 한 날로도 기억될 것이다.

미국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카멀라 해리스는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자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첫 여성 부통령에 취임했다. 이것은 저에게 거대한 분열과 위기의 순간에도 희망을 넘어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까지 줬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우리는 미래에 대한 대담한 신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캐슬린 스티븐스/전 주한 미국대사 한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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