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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80세가 되어 보니

4년 전 ‘나 올해 80이야’라고 말하는 친한 형님의 목소리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때 76세였던 나는 속으로 ‘나는 아직 젊어, 다행이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80은 나에겐 아주 먼 훗날처럼 느껴졌다.

70대와 80대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그런데 이젠 내가 형님 흉내를 내야 할 것 같다. “형님, 저 올해 80이에요.” 무어라 대답하실까? “잘도 따라 왔네, 좀 천천히 오지.” 농담 잘 하시는 형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형님은 벌써 저만큼 앞서 가고 계신다. 세월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줄이야.

60대 초부터 암으로 3번의 수술을 하고 그 이후 항상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살아왔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기도 했다. 그때는 83세까지 사셨던 엄마 나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나이를 목표로 살았는데 이제 내 나이가 80 고개에 와 있다. 다시 한번 목표 수정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의 3남매에게서 태어난 7명의 손주 중 지난해 말 손녀가 결혼해 손주 사위를 보았는데 아직도 6명의 손주들이 대기 중이다. 다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려면 내가 좀더 오래 살아야 할 텐데 희망사항일 뿐이다.

올해 30세가 되는 손자가 혹시 예쁜 손주 며느리감을 데려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는 “노년은 청춘 못지않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나도 남아 있는 동안 좋아하는 책도 읽고 친구에게 예쁘게 손편지도 써 보내고 못 쓰는 글도 조금씩 써보며 보람있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오랜만에 옛날 앨범을 꺼내어 줄줄이 태어나던 손자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나는 참으로 행복한 80세 노인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해본다.


정현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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