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행, 이사회-일부 주주 '세 대결'
어제 주총…7명 이사 확정
투자자그룹 보유 위임투표권 위력
은퇴 이사 자리에 추천후보 선임돼
이날 LA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는 태평양 이사회(이사장 윤석원)가 5명의 이사후보를 확정한 가운데 일부 주주들이 지난달 후보 2명을 별도로 내세움에 따라 상당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이사들이 숙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주주총회 시작도 한 시간 가량 늦어졌다.
이사회가 내세운 태평양 이사 후보는 정광진·노말선·이상영·김성철·윤석원 5명이다. 지난해까지는 이 5명 외에 진형기·김천일·안기준 이사 3명이 더 있었다. 이 중 진 이사는 80세 연령제한 규정에 따라 이날 이사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일부 주주들은 사라 전 변호사와 다우니에서 파우치에 담긴 프리미엄 칵테일을 제조·판매하는 '굿타임 베버리지'사를 운영하는 로버트 화이트를 지난달 이사로 별도 추천했다.
일부 주주란 지난 2010년 태평양의 증자 과정에서 대주주가 된 윌리엄 박 PMC뱅콥 회장을 중심으로 한 신규 투자자들을 말한다. 당시 박 회장은 이상영 이사장(현재는 이사)의 뒤를 이어 태평양 2대 주주가 됐다. 투자자 그룹의 지분은 당시엔 전체의 3분의 1 정도였으나 현재는 약 30%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 그룹이 2명의 별도 이사후보를 내세운 배경은 지난 2011년, 자신들을 대변할 인물로 진 이사를 선임해 줄 것을 요구해 이를 관철했으나 진 이사가 은퇴하는 현 시점에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할 이사후보가 전무하게 돼자 이에 반발한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주주총회에선 김 후보가 화이트 후보로 교체된 뒤에 찬반투표가 이루어졌고 김 후보를 제외한, 이사회가 내세운 4명의 후보와 화이트 후보는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이사회는 주주총회 이후 조직 재구성을 위한 회의에서 김 후보와 조혜영 행장을 이사로 임명했다. 태평양이 지난달 영입 의사를 밝혔던 김 이사는 공인회계사(CPA)이며 지난 1972년 김&리 회계법인을 설립, 한인사회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회계법인으로 키웠으며 서니베일에 있었던 뱅크 아시아나 이사로도 재직한 바 있다.
조 행장은 당연직 이사로 포함됐다. 이로써 태평양의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태평양 관계자는 "주총 전 이사들이 숙의를 거듭한 끝에 별도로 후보를 낸 일부 주주들의 뜻을 받아들여 화이트 후보를 김성철 후보와 교체하고 찬반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퇴한 진 이사의 뒤를 화이트 이사가 잇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는 투자자 그룹이 보유한 프록시(위임 투표권)가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태평양은 2011년에도 이사회 구성을 두고 이사들과 투자자 그룹의 힘겨루기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은행가 일각에선 이날 주주총회가 해묵은 갈등이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5일까지 9.92% 지분을 보유한 태평양 최대 주주 이상영 이사가 최근 은행 감독당국에 10% 이상 지분 보유를 위한 허가를 신청, 승인을 받은 것도 이같은 해석의 근거로 작용한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화이트 이사를 뺀 나머지 이사들의 보유 지분은 9월 5일 현재 기준으로 약 20%에 그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많은 한인은행에서 증자를 할 때, 이사회 내에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데 태평양 이사들의 지분률은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이 이사가 보유 지분을 늘리기로 한 것은 증자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면서 동시에 이사회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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