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향기]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석

안 주 옥/시인

타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민자들은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더 하다.

한가위 추석은 설, 단오와 함께 3대 명절의 하나다. 이민자들은 추석에 고향을 찾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훨훨 날아간다. 불쑥 불쑥 도지는 향수는 걷잡을 수 없지만 보고 싶은 얼굴들을 둥근 달빛에 비추며 무딘 가슴을 달랜다.

얼마전 일이다. 시험 준비에 지친 우리는 주점을 찾았다. 몇 잔의 독한 술 탓일까. 아니면 우수와 감정을 자아내는 서글픈 음계 때문일까. 까마득히 잊은 줄 알았던, 그리운 추억들이 필름처럼 돌며 이민생활의 비애를 부추겼다. 추석날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 나는 어느새 향수에 젖어 흐느낌의 음(音)에 몸을 맡겼다.

외롭고 고달픈 삶을 잊으려고 가끔은 술을 마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원초적 본능이 있다. '사람의 정'과 '진정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럴수록 이민생활에서 뭉클한 정이 샘솟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가 옆에 필요하다.



이민자들은 명절때면 더욱 떨칠 수 없는 향수에 젖어 귀향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마음에 갈퀴를 휘저으며 훨훨 날아간다.

휘영청 대보름달이 뒷마루 가까이서 손을 내민다. 어머니는 손을 들어 달을 가리켰다. 그러나 내 마음은 아침 나절 절편을 찧고 송편을 다듬던 어머니의 손끝에만 머물 뿐 끝내 달은 건성이었다.

견지망월. 모두가 나처럼 어머니의 손 끝에만 머물러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어린 나의 눈에는 달보다 더 신비한 송편을 빚던 어머니의 손끝만이 마음 속에 머물러 있다. 달은 경험 저 밖에 있었던 것이다.

고향을 등지고 떠나올 때 눈시울 적시며 손 흔드시던 어머니. 돌아보고 또 돌아보다 돌부리에 채어 넘어졌다. 그 때의 아픔이 애잔한 통증으로 되살아난다. 추석 전날 빚은 송편이 그리워진다. 어머니의 마술같은 손이 닿는 곳마다 힘이 솟고 기운이 살아나는 꿈결같은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고왔던 손과 몸이 늙은 무와 같이 시들고 야위어 가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고운 어머니. 타국에서 목마르게 그리워하는 자식은 눈언저리가 자꾸만 시큰거린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