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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사랑방] "엄마는 영어도 못하면서 어떻게 살았어요?"

최 성 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풀러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무엇을 결심하면 그것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사자성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해 새해 결심을 한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2월도 거의 다 가고 이제 곧 3월이다. 지난 연초 굳게 다짐했던 새해 결심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시점이다. 무슨 결심을 했는지조차 희미하거나, 겸연쩍은 마음에 생각조차 하기 싫더라도 그렇게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니까. 이 순간 다시 결심하고 다시 시작한다면 그것이 남과 다른 점이 될 것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여러 가지 결심을 하지만 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금년에는 영어공부를 꼭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결심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1세 이민자들이 영어공부를 계속하기 힘든 것은 막연하게 영어공부를 해야 된다는 생각은 들지만 확실하고 뚜렷한 동기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영어를 한 후 얻어지는 보상도 막연하다. 영어를 하면 좋은 줄은 알지만 확실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보상 때문에 공부하면서 겪어야 할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기보다는 지금의 익숙하고 편한 생활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나에게 확실한 동기부여의 기회가 없다면 남의 경우를 들여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은 언제든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의 K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이 UC버클리를 졸업하고 한글도 배울 겸 한국에 가서 1년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 직업을 구하겠다고 하자 흔쾌히 동의했다. 아들이 더듬거리는 한국말도 익히고 무엇보다 한국의 예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들이 떠난 후 석달쯤 되었을 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한국으로 갔다. 반갑게 어머니를 맞은 아들은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놀라워요. 나는 한국에서 석달 사는 데도 한국말이 서툴러서 지내기가 이렇게 힘들었는데 엄마는 영어도 못하면서 어떻게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도 하고 우리를 공부시킬 수 있었는지 신기해요." 그러면서 아들은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쳐다봤다.

K씨는 이것이 칭찬인지 무엇인지 몰라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식의 속마음을 읽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그 오랜 세월 미국에 살면서 제대로 영어도 배우지 않고 무엇했느냐는 질책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에는 꼭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자.' K씨는 그동안 수없이 했던 결심을 또 했다. 매일 생각하고 결심하고 매일 다시 시작해야 새해에 결심했던 목표를 이룰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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