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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야기] 에메랄드는 흠이 있어야 진짜

해리 김 대표 / K&K 파인 주얼리

콜롬비아에서 에메랄드 광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우리가 한국이나 미국에서 광산을 소유한다는 일반적인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콜롬비아에서 광산주라 하면 봉건시대의 군주처럼 그의 말 한마디에 그 지역 주민들의 생사가 결정되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 한다.

지금은 게릴라의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수도 보고타와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중앙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고 게릴라나 지역 민병대가 득세하는 지역들이 적지않게 있었다.

특히 이런 광산지역은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게릴라, 민병대 그리고 광산 자체 수비대 간의 무력 충돌도 잦은 곳다. 따라서 이곳에서 광산을 소유하고 있음은 그들 게릴라나 민병대도 광산주를 함부로 못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나는 전부터 이 광산주에 의해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었기에 그의 평범하다 못해 초라한 모습은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끝내고 에메랄드 장이 서는 광장으로 향했다. 장이라고 해 봐야 허허벌판에 천막 몇개 세워진 것이 전부였지만, 그곳에서 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석 거래에 있어서 한번의 실수는 엄청난 손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원석을 보여주면 대부분이 실망을 한다. 초록색이라는 것 빼고는 이것이 정녕 많은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 보석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는,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돌이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빛도 없고 투명하지도 않은 것이 어찌 보면 사이다 병만도 못하다.

이런 원석이 여러 공정을 거쳐 우리 손위에 오르면 거액의 돈과 바꾸어야만 하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변모하기 때문에 사소한 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장마당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광산으로 향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TV나 잡지에서 봤던 석탄 광산의 지하갱도를 상상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 광산은 산 한 모퉁이가 반쯤 잘려나간 채석장 같은 모습이었다. 일주일 전 폭우와 그로 인한 산사태로 세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은 터라 광산 분위기는 더할 나위없이 스산했고 아직도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 배회하는 광부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 왔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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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에메랄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육안으로 흠이 관찰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보석에 흠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지만 에메랄드에 있어서는 일종의 보증서와 같다. 그래서 에메랄드에 흠이 없다면 제일 먼저 가짜를 의심해 봐야 한다. 루비나 사파이어같은 보석도 원석 상태에서는 많은 흠을 내포하고 있지만 고열에 의한 열처리 과정을 통해 흠을 제거한다.

하지만 에메랄드는 열에 약해 다른 여타의 보석처럼 열을 가하면 쉽게 균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열처리로 흠을 제거 할 수 없다. 오직 오일 처리로 흠을 커버하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오일이 빠져 나가 에메랄드는 흠을 감출 수가 없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인위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은 흠이 있는 에메랄드가 다른 보석보다는 더 천연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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