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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쓰고 죽자' 라이프에 박수를

성민희/필가

한국 경북 안동의 70대 남자 13명이 '쓰죽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기의 소유 재산을 '다 쓰고 죽자'는 결의로 뭉쳤다. 자식의 삶에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은 부모로서의 부담을 훌훌 벗어던지고 여생을 자유롭게 즐기겠다는 다짐으로 의기투합했다.

미주한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날부터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대화가 늘어났다. 노년의 삶을 인생의 또 다른 황금기로 만들 수 있다는 꿈도 생겼다.

You Only Live Once(당신은 오직 한번만 산다)라는 말로 인생을 단언한 밀레니엄 세대의 'YOLO' 라이프스타일을 이제는 노년층이 되어버린 '베이비부머' 세대가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인생은 오직 한번 뿐. 예행연습을 할 수도 없고 다시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것 등. 노래의 후렴처럼 의미 없이 되뇌던 말이 이제는 현실적인 화두로 다가왔다.

'노인은퇴문제 연구소(IRI)'의 조사에 의하면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60대 이상의 노인이 몇 년 전에는 60%를 넘던 것이 이제는 46%라고 한다. 또한 노후 재산 향방에 관한 글로벌 투자은행인 나티시스(Natixis)의 질문에 베이비부머 세대인 부모 중 40%만이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응답이었고 57%는 아예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것은 모두 쓰고 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35%나 나왔다.



"내가 번 돈 내가 쓰자. 살아생전 세계일주' '다리 떨리기 전에 여행하자' 라는 말이 퍼져나가고 있다. 주 고객 타겟을 은퇴 후 노년층으로 삼은 A여행사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운 말이 어느새 노인들 사이에서는 유행어가 되었다.

내 아들이 고등학생 때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르바이트로 대형 쇼핑몰 안의 운동화 가게에서 주말동안 일했던 아들은 그 매장에서 영업실적 1위를 기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고객만 상대하면 된다고 했다. 그들은 손주에게 무엇이든 최고로 비싼 것으로 선물하고 액세서리도 권하는 대로 마구 구입하는 최고의 고객이라고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자녀나 손주를 위해 아낌없이 쓰는 것이 행복인 줄로만 알았던 노년층이었기에 아들의 영업전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변했다. 자신의 취미 생활이나 건강, 미용을 위해 더 많이 투자하며 산다. 그 변화가 드디어 '쓰죽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어내었다. 회원들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재능, 지식, 능력도 모두 다 쓰고 간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이곳 한인사회에도 은퇴 후에 봉사하는 일로 새로운 삶의 설계를 하는 사람이 많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지도를 해주거나 갓 이민 온 사람들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통역도 해준다. 여생을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고 가진 물질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나와 내 자식한테로만 쏟았던 관심을 이제는 바깥세상으로 돌린다. 누군가를 섬기고 도우면서 얻어지는 보람에 행복을 느끼는 그들. 다리 떨리기 전에 돈도 지식도 재능도 모두 다 나누고 가겠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신선한 반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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