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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서울에서 느낀 시민의식

송장길/전 언론인·수필가

치과 진료를 받고 전차로 귀가하던 길, 족저근막염 통증 때문에 빈자리를 향해 서두르던 참이었다. 뒤에 서있던 여고생 둘이 좀 느린 나를 슬쩍 밀치면서 잽싸게 앞으로 나가더니 빈자리를 얼른 차지했다. 남을 존중하기는커녕 순서도 무시한 어린 학생들의 날쎈 행동이었다. 주위는 떼몰려 다니는 등산객들의 큰 소리들로 귀가 따갑게 소란했다.

며칠 전에도 전차 안에서 내 앞자리가 나서 막 앉으려 하는데 그 옆자리의 중년 여인이 급히 옆으로 옮겨 앉더니 동행의 여인을 불러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앉혔다. 나는 속좁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 아픈 발을 달래며 꽤 오래 서있었다.

거리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례함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남이야 어떻든 담배를 피워대며 활보하고, 꽁초를 휙휙 버리지 않나, 가래까지 퉤퉤 뱉지 않나, 떼몰려 다니며 길을 점령하지 않나, 왁짜지껄 목청껏 떠들어대지 않나, 옆사람을 툭툭 치고 다니지 않나, 몰상식함을 피해다니기가 바쁘다.

눈만 마주쳐도 미소로 인사하는 선진문화와 너무 다르다. 나는 무질서한 끼어들기가 겁이나 한국에서의 운전을 포기해버린 지 오래다. 매너 없는 불미스러운 처신은 그 자체로도 공공장소의 분위기를 흐리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랄 수 있는 그런 저급한 행동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사회문화적 의식 수준이다.



사회의 질서를 갉아먹고 갈등과 충돌을 빚어내는 거친 문화적 풍토는 너무 깊고 넓어서 공중의 품격을 심하게 낮추고 있다. 한국이 10위권의 경제적 성장에도 선뜻 선진국이라고 지칭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문화적 지체현상일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일찍이 유교와 불교, 기독교의 사상을 받아들여 도덕과 윤리 체계가 깊게 체화된 나라였다. 그러나 전쟁과 가난, 파쟁으로 세상은 각박해지고, 교육은 입시 우선으로 치달으며 도덕과목도 폐지돼 인성교육을 멀리했다. 성취 일변도의 사회적 분위기 아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풍토는 대중사회를 날로 삭막하게 한다. 어디에서 건전한 양식이 배양되고 사랑과 존경이 길러지겠는가. 가장 상위체계인 정치는 국민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항용 싸움과 일탈, 이기주의의 각축장이 돼 있다. 화합과 협치의 주장은 공허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은 아득하다.

정치인들은 명분과 충정보다 이해를 따져 이합집산하고, 국민과 국가 대신 득표와 당리를 앞세운다. 이러한 이기적 정치행태는 시민의 의식 속에도 짙게 물들지 않겠는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전인대에서 소강(小康)사회(건전한 사회)를 부르짖었다. 의식개혁을 외친 것이다.

서양인들은 아시아를 여행하다가 일본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정직과 친절의 일본문화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취도 중요하고, 복지도 시급하다. 그러나 우선 상식이 산소처럼 퍼져 있고, 시민의식이 건강해져야 정의가 공의(公義)로서 튼튼해져 선진국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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