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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가 또 '피의 숙청'…빈살만, 알왈리드 등 왕자 체포

도주 막으려 전용기 비행장도 폐쇄
지난 6월 살만 국왕 '패밀리 구테타'
친아들 빈살만 왕세자로 전격 책봉

지난 6월 왕세자였던 사촌형을 축출하고 왕세자 자리를 넘겨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32)의 권력 강화 시도가 가족 간 '피의 숙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날 사우디 당국이 반부패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위원회의 수장은 사우디 국왕 살만 빈압둘아지즈(82)를 대신해 국정을 총괄하고 있는 빈살만 왕세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왕자들 중엔 '아랍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무함마드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됐다. 빈살만의 사촌형인 알왈리드는 4일 기준 소유 자산 180억 달러로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 45위를 기록 중인 아랍권 최대 부호다. 알왈리드가 소유한 투자회사 킹덤홀딩스는 애플, 디즈니, 21세기폭스,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숙청은 이날 저녁 실시된 대규모 인사 교체에서도 이어졌다. 빈살만은 국가방위부 장관을 맡고 있던 미텝 빈압둘라 왕자를 경질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 칼레드 빈아야프를 앉혔다.



미텝은 1974년 22세의 나이로 사관학교를 졸업해 임관한 이래 평생을 군에 몸 담아온 사우디 군부의 핵심 인사다. 지난 2010년 50여 년간 사우디군을 지휘해 온 아버지 압둘라 전 국왕으로부터 지휘권을 이어받고 군을 통솔해 왔다. 불과 5개월 전 왕세자로 책봉된 빈살만이 사우디 경제의 '큰손'과 2대에 걸쳐 쌓아 온 군 권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셈이다.

새로 설치된 반부패위원회는 국왕의 이름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수사권과 여행금지·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행사할 수 있어 향후 더 많은 사우디 고위 인사들이 숙청될 가능성이 예고된다.

NYT에 따르면 이날 수도 리야드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의 영업이 중단되면서 현지에선 이 호텔을 왕족을 수감하는 감옥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리야드의 전용기 비행장도 폐쇄됐다.

이번 숙청은 빈살만이 추진 중인 개혁을 성공시킬 권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빈살만은 지난 6월 왕세자로 책봉된 이래 사우디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우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9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지난 30여 년간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며 극단주의를 타파하고 온건 이슬람 국가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빈살만의 포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사우디 서부 사막지대에 서울 44배 규모인 2만6500㎢ 면적으로 조성되는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다.

빈살만은 지난 9월 개최된 미래투자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5000억 달러를 투자해 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빈살만은 "네옴은 석유가 아니라 바람과 태양 등 천혜자원 기반으로 조성된다"면서 "이곳은 관습적인 기업이 아니라 몽상가들을 위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살만 국왕이 머지않아 퇴위하고 빈살만에게 왕위를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갑작스런 빈살만의 왕세자 책봉부터 대규모 개혁 프로젝트 발표, 대대적 숙청까지의 흐름은 빈살만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왕실 측근을 인용해 살만 국왕이 퇴위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왕위 계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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