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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장기적 안목 필요하다

위선재/웨스트체스터 거주

참으로 우수한 한국 사람들에게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장기적인 안목인 것 같다. 아이들 교육에서도 부모들의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날 때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기유학이지 싶다.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대학공부를 하다가 더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오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하면 더 나을 것 같아서 어려서부터 가정으로부터 떼어 내어 외국에 보내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비정상적인 일임에도 보편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안정된 가정교육과 부모의 섬세한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렇게 형성된 인격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도 있는 것인데 너무 학교 성적, 학교 이름만 밝히는 것 같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아이가 속한 학년의 공부보다 한 학년을 앞서서 공부하는 풍조가 있다고 들었다. 학년별 학습단계는 아이의 지능 발전 단계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인데 그것을 앞질러 가서 무슨 이익을 얻고자 하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도 공부했던 경험으로 말한다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학업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미국에서도 잘한다. 그래서 어디서 공부하는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동안 아이들의 성장 능력과 적응력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데도 조기 유학으로 부모와 떨어져 있다니 까닭 없이 조급하기만 한 것 같다. 유학을 와서 어떤 학교를 다녔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학교를 마친 뒤 경제적 기반도 사회적 유대도 없는 미국사회에서 어떻게 취업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인데도 거기에 대한 장기적 안목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별로 없다.

조급한 성정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업체들끼리 과당경쟁에서도 드러난다. 같은 품목을 파는 인근 업체를 앞지르기 위해 상품을 제 가격보다 싸게 파는 것은 당장은 매출을 늘릴 망정 장기적으로는 가격 체계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스스로 딛고 있는 경제적 발판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데도 당장 닥친 경쟁을 이겨내기에 급급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미국 사회에서 사는 우리의 삶 중에서 가장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대목은 은퇴 후의 일에 대해서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빨리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두 개의 다른 정체성을 갖고 살면서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둘 다 누리기 보다는 그 중간의 어디쯤에 끼여 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한국에 돌아가서 살 것인지 미국에 뿌리를 박을 것인지 미리 생각해두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같은 문화, 같은 정서, 같은 핏줄을 나눈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하기에 노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과 두 문화 속에서 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판단될 수록 더욱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사실은 지나친 조급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한 확신과 준비가 없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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