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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식 칼럼] 75년

75년의 세월이라면 무엇을 이뤄낼 수 있을까. 75년 전 쯤에는 세상이 어떤 모습이었을까.

75년 전이면 1937년인데 역사를 뒤져보니 그 전해인 1936년에 마가렛 미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탈고했고 1939년에 드디어 영화로 개봉되었다. 역사의 시간표를 그 위에 놓아보니 한국은 일본의 통치 아래서 신음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조상님들은 카메라가 뭔지도 모르는 시절에 미국에서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활동사진’을 만들어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교가 되는 것은 75년 전에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개통됐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옛날에는 수표교도 놓고 또 무슨 다리도 놓았지만 당시 대부분의 다리는 징검다리나 섶 다리였을 것이다. 징검다리나 섶다리가 어때서 그러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거야 추억을 먹고 사는 낭만파들의 얘기일테니 잠시 접자.
1910년대에 한강대교가 세워졌다는 기록이 있긴하지만 그 것은 일본사람들이 만든거니까 우리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금문교를 세웠다.


나는 금문교를 볼 때마다 그 다리의 제원보다는 동시대의 한국을 떠올리며 좁힐 수 없는 세월의 간극에 한숨을 쉬곤했다.

그런데 최근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를 보게됐다. 이순신 대교다. 무엇보다도 이름 참 잘 지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2007년 10월에 시공하여 2012년 5월에 완공되었다고하니 채 5년도 안돼서 이룬 것이다.

금문교를 보러온 손님들에게 미국사람들이 한국의 ‘남해대교’를 보고 와서 만든 다리가 금문교라는 농담을 했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한국은 영종대교를 벌써 10여년 전에 끝냈고 이 번에는 이순신 대교다. 금문교 개통이후 75년 만이다.

그러나 나는 한가지 걱정 되는 것이 있어서 한국 최초의 현수교라는 ‘남해대교’를 찾아보았다. 68년에 착공하여 73년에 준공이 되었다고 하니 마흔살이 다 돼온다. 설계는 일본에서 했고 시공은 현대건설에서 했다고 돼 있는데 벌써 곳곳에 ‘피로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작 40년인데... 이 상태로 놔뒀다가는 또 다른 40년이 되기 전에 철거해야하는거 아닌가 걱정된다. 뭐 수명이 다해서 철거해야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럴 경우 내 삐딱한 시선은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이순신 대교의 개통을 축하하는 마당에 붕괴의 환상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기술로 설계하고 시공했으니 자랑스러워야할텐데 왠지 나는 불안하다.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우리는 무너지는 성수대교도 보았고, 와우 아파트에 깔려 죽은 경험도 있고 개스관이 터져서 주민이 죽는 현장도 보았다. 가짜 휘발유도 나돌고 있고 유해 음식물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다리는 ‘건설기술의 집약체’라는 말이 있다. 이순신 대교는 이름에 걸맞게 건설 기술의 집약체라는 말뿐만 아니라 ‘양심의 집약체’라는 명성을 얻었으면 좋겠다.
조셉 스트라우스는 금문교가 개통될 때 기자회견에서 이 다리의 수명이 얼마나 될거같냐는 질문에 ‘Forever!’라고 답했다.

이순신 대교를 세운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주대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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