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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LA 무용계를 돌아보며 (2)

이병임·무용평론가

1984년 LA한인사회는 그해 LA에서 개최되는 LA 올림픽으로 인하여 분주한 한해를 보내고 있었다. LA올림픽에 이어 개최되는 서울올림픽에 대한 준비 및 홍보관계로 본국과 로컬 한인사회는 모두 각 분야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나 또한 올림픽과 관련한 무용계의 일로 여러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 중 내게 가장 의미있었던 일은 LA타임스에 한국무용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일이었다.

LA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예술축제에 한국의 국립무용단을 초청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의 공연일정이 잡혀 있었다.

LA 타임스는 국립무용단의 공연에 앞서 한국무용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데 LA 타임스 내부에는 한국무용을 소개할 만한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자연 그 기사를 내가 기고하기로 했던 것이다. 번역은 당시 내가 출석하던 유니온 교회의 이정근 담임목사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다.

이정근 목사는 서울사대 국문과 출신으로 미주문인협회 회장을 지낸 경력이 있었던 터라 예술에 대한 안목이 있던 분이었다. 이목사의 도움으로 LA 타임스 의 문화예술 지면인 'Calendar'난에 'Glimpsing Korea's Past Through Dance'라는 제목으로 나의 글이 실렸다. 번역을 도와준 이정근 목사에게는 늘 마음 속 깊이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고마움을 표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이 지면을 빌어 이정근 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LA 타임스에 실린 기고는 국립무용단의 공연에 앞서 한국무용의 역사와 전통성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당시 세계무대는 한국 춤에 대한 인식이 모자라 한국의 무용을 그저 민속 무용으로 취급하여 올림픽 축제와 같은 중요 행사에서도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당시의 한국무용은 부채춤과 장고춤 강강술래 농악 등의 레퍼토리들이 새롭게 무대 무용으로 안무되어 해외공연을 통해 세계무대에 우리 무용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엄연히 민속 무용이 아닌 당시로서는 창작무용이었지만 해외에서는 민속 무용으로 간주했고 우리 무용 자체에 대한 평가가 없던 시기였으니 나의 LA 타임스 기고는 미 주류사회에 한국무용을 제대로 알려주는 시의적절한 글이었다.

우리 문화 홍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정책적으로 확립되지 않던 시절이었고 국제사회에 우리 문화를 알릴만한 역량 면에서도 대단히 미비했던 시기여서 미국의 유력지에 실린 나의 이 글은 차기 88 서울올림픽 시기와 맞물려 세계무대에 한국무용 및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맺어진 LA타임스와의 인연 특히 무용평론가 루이스 시걸과의 교류는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내가 초청한 한국의 무용가와 무용단이 공연을 할 때마다 프리뷰 기사와 평을 게재하여 주류사회의 한국무용에 대한 이해와 외국관객 확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당시 한국무용계의 대부격인 송범 국립무용단 단장의 안무로 기획된 도미부인도 같은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국립무용단의 초대형 무용극 도미부인은 LA무대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서구의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카피(copy)인듯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게는 무용극 차원의 무대양식이 없기 때문에 서양의 작품을 카피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이 분야의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인물이 바로 송범이었다. 송범의 소품나열식 짜집기 안무가 우리 무용계의 선구자적인 기법으로 인식될 만큼 한국무용계의 창작품들은 소아기 걸음마 차원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K-Pop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대조적인 양상이 아닐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한류의 시작은 바로 이 시기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자랑스런 우리문화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보면 그 맥락은 같다고 할 수 있다. 한류의 주된 주제는 언제나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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