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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황재균, 꿈에 투자하다

6년 전, 그러니까 2011년이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일본시리즈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황금 멤버가 '다이하드 타선(다이에라는 예전 팀명에서 유래)'이라는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던 시절이었다. 그 중 하나가 가와사키 무네노리였다.

그는 최정상급 유격수였다. 안정감 있는 수비와 빠른 발, 정확한 타격 능력 등 이른바 3박자를 모두 갖춘 타자였다. 3차례나 일본 대표팀으로도 활약했다.

당시 그의 앞에는 찬란한 꽃길이 펼쳐졌다.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맞은 30세 유격수는 여러 팀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10억엔(약 1000만 달러)이 훨씬 넘는 빅딜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돌연 미국행을 선언한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괜찮은 조건이면 큰 무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구매자(메이저리그)가 전혀 생각도 없다는 점이다.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예 가고 싶은 팀까지 지정해버렸다.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협상이 있을 리 없다. 연봉으로 겨우 62만 5000 달러가 책정됐다. 일본에 남았다면 받을 금액의 1/10도 되지 않는다.

"나도 사람이다. 왜 돈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그 무렵 결혼해서 가족도 생겼다. 경제적인 안정감이 필요한 때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의 꿈은 '이치로 선배'와 한 팀에서 뛰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서는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의지였다.

어릴 적 영웅 이치로를 향한 열망은 유명했다. 백넘버 52번은 이치로의 등번호(51번) 바로 다음이라는 뜻이었다. 시애틀 시절에는 52번이 없어 61번을 받았다. 거꾸로 읽으면 (이치로쿠)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매일 좋은 요리를 먹고 싶다거나, 비싼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내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야구를 할 수만 있다면…'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조건을 붙인다면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였다."

가와사키는 이후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었다. 36살이나 되도록 몇 차례나 팀에서 쫓겨나며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보다못한 친정팀 오사다하루(왕정치) 회장이 "그만큼 했으면 됐다. 고생 그만하고 돌아오라"고 간청해도 소용없다. 충분한 대우(3년간 1000만 달러)를 약속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백넘버 52번이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이미 일본을 떠날 때 그렇게 결심했다. 완전히 (몸을) 태우러 가는 것이니까…나중에 뼈라도 건져서 돌아가지 않겠나."

지난 1월, 또 한 명이 혈혈단신으로 태평양을 건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간 3루수 황재균이다.

원소속팀인 롯데는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남아달라며 80억원(약 700만 달러ㆍ4년)의 거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고사했다. 한사코 말리는 정성을 뿌리치기가 미안했던 것 같다. 그냥 전화로 얘기해도 된다는데 굳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왕복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얼굴 뵙고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며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다시는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며 결심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와는 연봉 150만 달러, 인센티브 160만 달러 합해 총액 310만 달러의 대우다. 하지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살벌한 생존 경쟁을 거쳐야 한다. 거기서 살아남아야 메이저리그를 밟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연봉은 형편없이 쪼그라든다. 12만 5000 달러가 전부다.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비하면 1/14 밖에 되지 않는다.

분명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것은 꿈이었다. 무엇보다 그 도전 자체는 이미 하나의 가치를 실현한 것이었다.


백종인/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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