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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메이저리그의 테임즈 현상

황재균은 작년까지 한국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다. 올 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현재는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얼마전 생소한 경험을 했다. 모처럼 맞은 휴식일이었다. 편하게 쉬려는 데 연락이 왔다. '1루 코치를 봐줘야한다'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그에게 이런 설명이 뒤따랐다. "여기(마이너리그)는 사람이 부족해 선수들이 가끔씩 1루 코치 임무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황재균의 팀도 코치는 달랑 3명 뿐이다. 그나마 1명이 팔을 다쳐서 1루 코치 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엄청난 혜택과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황재균이 신던 스파이크를 버리려 하자 옆에 있던 동료가 "멀쩡한 것을 왜…"라며 쓰레기 통에서 줏어갔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형편이니 코치가 1대1로 따라붙어서 꼼꼼하게 가르치는 걸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구조다.



올 시즌은 한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이 영 기대에 못 미친다. 반면에 한국에서 뛰다 유턴한 (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대표적인 것이 밀워키 브루어즈의 1루수 에릭 테임즈다.

북가주 산타 클라라 출신인 그는 명문 페퍼다인 대학을 거쳐 2009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했다. 이후 2013년까지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르내렸지만, 인상적인 숫자를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NC 다이노스의 제안을 받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3년간 폭발적인 시즌을 보냈다. 홈런, 타격, 장타율 등 타이틀을 석권하며 2015년에는 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NC와의 계약이 끝나자 밀워키에서 전화가 왔다. 3년간 보장금액만 1600만 달러의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테임즈의 대답은 당연히 'OK'였다.

그리고 4월. 개막과 함께 엄청난 화력이 뿜어져 나왔다. 한달간 11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급부상했다. 갑작스런 혜성의 등장에 메이저리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상대팀은 '혹시?' 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일이 잦았다. 4월에만 무려 5번의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몇 년전과 완전히 달라진 테임즈에 대한 탐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엄청난 타자로 만들었는가' 'KBO리그가 그렇게 대단한 곳인가' 하는 의문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 답은 테임즈 자신이 알고 있었다. 한 매체와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에서 초창기에는 엄청 지루했다. 말이 안 통하니 할 게 없었다. 별 수 없이 야구 공부를 시작했다. 많은 동영상을 찾아보고, 책을 구해서 읽었다. 특히 베리 본즈가 신기록을 세울 당시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상대 투수는 박찬호였다. 누구라도 스윙할만한 지저분한 체인지업이었는데 본즈는 마치 '이건 아냐'라고 확신하듯 볼을 골라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그렇게 공부한 것은 다음날 야구장에서 반복하며 습득할 수 있었다. 감독부터 코치들까지 귀찮을 정도로 옆에 붙어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가르치려고 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꿈도 못 꾸던 일들이다.) 구단에서 제공한 넓은 아파트도 행운이었다. 언제든 지 집에서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정서적인 발전도 물론이다. "예전에는 나쁜 결과에 예민했다. 하지만 한국 생활 이후로는 여유가 생겼다. 덜 감정적이고, 차분해졌다."

한국행은 선수생활의 큰 갈래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외롭고 힘든 객지생활을 이겨냈다. 그리고 그가 얻은 것은 바로 성숙함이었다.


백종인 / 스포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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