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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그의 작품으로 고흐의 삶을 그리다

‘러빙 빈센트’를 보고

눈호강 제대로 하는 영화다. 최고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세계 속으로 관객을 텀벙 빠뜨린다.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선발된 100명이 넘는 화가들이 2년여에 걸쳐 프레임용 유화 약 6만여 장을 그렸다. 그래서 탄생한 95분짜리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제명의 의미는 ‘사랑스런 빈센트’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빈센트(로부터)’이다. 평생 후원자인 친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맺을 때 사용했다.

빈센트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후 1년이 지났다. 동생 테오 외엔 가장 가까웠을 것으로 추측되는 아를의 우편배달부 조셉 룰랭 (크리스 오다우드 분)이 아들 아르망 (더글라스 부스 분)을 부른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쓴 마지막 편지가 전해지지 않았다며 그걸 테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내키지 않지만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아르망이 테오를 찾는 여정에 나선다. 그러나 빈센트 사후 7개월 만에 테오마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미치광이로 여겼던 빈센트에 대해 다른 면을 듣게 된 아르망은 빈센트가 마지막 시간을 보냈고, 빈센트와 테오가 나란히 안장돼 있다는 오베르 쉬르 와즈로 발길을 옮긴다.

전도사로 일하다가 뒤늦게 27세부터 화가의 길을 걸은 빈센트는 죽기까지 약 10년 동안 8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 중에서 팔린 작품은 단 한 점!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영화 속에서 아르망은 빈센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만나 그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를 듣고 혼란에 빠진다.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또한 그의 죽음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던 중, 빈센트가 숨질 즈음까지 교분을 나누던 닥터 가셰 (제롬 플린 분)의 딸 마르그리트 (설샤 로넌 분)로부터 “당신은 그의 죽음은 그토록 궁금해 하면서, 그의 삶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라는 핀잔을 듣는다. 천재화가가 불행한 삶을 살다 미스터리 속에 사라지도록 외면한 당시 사람들에게 퍼붓는 원망이다. 또한 빈센트의 내면보다 그림의 금전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갖는 현세인을 향한 일갈이기도 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800여 점 가운데 130여 점을 이용해 등장인물과 배경을 삼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로 탄생시킨 오리지널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의 아이디어가 특출나다.

배우들이 연기한 실사영화를 찍은 후, 빈센트의 화풍과 색감으로 유화 물감을 덧입혀 매 프레임을 제작한 노고는 말로 형용이 어려울 정도다. 그렇게 6만여 매나 되는 유화를 그렸음에도 초당 프레임 수 (FPS)가 12 프레임에 그쳐 영상의 움직임이 덜 부드러운 점은 아쉽지만 더 바라는 건 사치일 것 같다. 빈센트의 그림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관객일지라도 눈에 익은 그의 명작들이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일 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말미의 쿠키영상에 깔리는 리안 라 하바스의 ‘Starry Starry Night’ (원곡: 돈 매클린의 ‘Vincent’)이 애잔하다.

애니메이션의 칸이라 일컬어지는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현재 골든 글로브의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 지명돼 있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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