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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영혼 없는' 온라인 메시지 '짜증'

무미건조한 인사말 난무
"차라리 안 보내는 게…"
일일이 답장하기도 피곤

"도대체 이런 성의 없는 짓을 왜 하는 거야! 보내지 말든지."

영혼 없는 메시지가 짜증을 돋운다. 연말연시를 맞아 무미건조한 인사말이 난무하고 있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기계적인 온라인 메시지에 지친다.

같은 형태, 똑같은 말귀, 받는 이의 이름도 없는 무성의의 극치, 수십 명한테 똑같이 돌렸을 엽서 메시지, 똑같은 글귀를 복사만 해서 보낸듯한 인사말 등이 그렇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대변되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풍경이다.

신지수(43)씨는 요즘 '띠링' 울리는 카카오톡 소리가 싫다. 한국, 미국 등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지인들의 인사 메시지 때문이다.



신씨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교인, 동창, 사업체 관련된 사람 등 100여 통의 성탄 메시지를 받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알림 소리 자체를 꺼놓았다"며 "일부 지인들은 인사말도 없이 앱 등에서 다운로드 받은, 아무 '영혼 없는' 메시지를 무작정 보내는데 지쳤다. 각별하지 않은 관계에서 굳이 답장까지 해야 할 필요성도 모르겠고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말했다.

김정민(50)씨는 "아예 보내지 말든지, 때 되면 꼬박꼬박 보내는 이런 (무성의한) 온라인상 메시지에 오히려 화가 난다"며 "이젠 그렇게 보내는 사람 이름만 봐도 '귀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셀폰 리스트에서 이름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시대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대신 의사 소통의 공감대와 인간의 감정을 온전하게 충족시킬 수 없다는 맹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실제 아날로그적 감성의 메마름은 심각하다. 손편지 또는 크리스마스 카드 등을 보내는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연방우정국(USPS)에 따르면 지난해(2016년) 우체국을 통해 배달된 엽서, 카드 등의 우편물(광고물 제외)은 총 330억 개였다 이는 2007년(558억 개)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우편물이 감소하자 우체국 역시 줄었다. 지난해 우체국 숫자는 총 3만1585개로 2007년(3만2695개)에 비해 1110개가 사라졌다.

매사추세츠공대 셰리 터클 교수(사회심리학)는 최근 저서 '대화의 복원'에서 현대인은 디지털 기기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고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소통과 공감 능력이 감소하다보니 인간의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에블린 서(캘스테이트대학 심리학) 박사는 "요즘은 인간 사이의 '대화'가 감정을 교류하는 공감의 수단이라기보다는 디지털을 매개로 빠른 전달 능력만이 우선시 되다 보니 인사말이나 소통이라는 이슈 자체가 가벼워진 게 특징"이라며 "그렇다 보니 디지털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소통하는 관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면에서는 감정의 공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외롭고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교류가 많은 요즘 연말연시에는 그러한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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