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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렇게 대해도 되는 여자는 없다

'미투(#Me Too)'가 사회 곳곳의 민낯을 들춰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남성=가해자' '여성=피해자'로 굳어지는 양상과 이를 빌미로 남성 혐오를 표출하는 극단의 페미니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그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사실 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다.

여성이 피해를 입는 토양은 오랜 시간 남성 사이에서 인식의 오류와 편견을 통해 형성됐다.

우선 여성이라는 개체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서 각기 다르게 인식돼왔다. 여자를 '여성' 그 자체로 보지 못해서다. 가령 건드려도 되는 여자,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여자, 술을 따라주는 여자 등 대상과 역할에 따라 여성의 정체성을 구분지었다. 그들은 소중한 '내 딸' '아내' '어머니'와는 별개의 여성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여성을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 본래 세상엔 '그렇게 여겨도' 또는 '그렇게 대해도' 되는 여자란 없다.

그런 인식이 남성에게 자리 잡게 된 건 환경과 경로에 잘못된 부분이 많아서다.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 근저에 깔린 유교 문화 속에 과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다. 학교에서 간단한 시청각 자료나 교과서를 통해 단순하고도 보편적 이론 정도만 접한 게 전부 아닌가.

'성(性)'은 늘 은밀했다. 꺼내놓기보다 숨기고 감추는데 익숙한 개념이다. 남자라면 학창시절 성인 잡지나 비디오를 친구끼리 몰래 돌려보며 킥킥댄 기억도 있을 거다.

남성은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여성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을 비뚤게 익혀나갔다. 물론 그 행위에 악의는 없었을 테다. 피끓는 호기심을 바르게 잡아줄 만한 교육이나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다.

'성'의 관념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미며 남성에게 적립됐다. 한국에 유흥업소가 넘쳐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거다. 미디어를 통해 성적 대상화되고 포장된 여성의 이미지도 임의로 소비된다. 심지어 남성들이 버릇처럼 쓰는 익숙한 욕설들조차 성적인 것에 기인한 게 많다.

최근 둘째를 출산했다.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여기는 남자가 의외로 많아 당혹감을 느꼈다.

"남자가 밖에서 돈 버니까 아기는 여자가 봐야지." "아기는 와이프가 보는데 남자가 밤에 왜 일어나." "여자가 아기를 낳았는데 왜 남자가 육아휴직을 써."

무심코 내뱉은 말이겠지만 오늘날 남자가 여성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요즘 미투 캠페인의 확산 현상이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다만, 결과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사고는 저마다 다른 모습, 크고 작은 형태로 사회 곳곳에서 발산돼왔다. 그 모든 게 축적되어 인식의 오류가 양산되면 '미투'를 비롯한 여성을 향한 차별, 추행, 희롱, 남성 우월, 폭력 등 극단의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거다.

물론 "나는 아닌데…"라며 떳떳해 하는 남성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일원으로서 일각에서 제기된 '남성=가해자'라는 공식에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괜히 그 말이 나온 건 아닐 테니까.


장열 사회부·종교담당 차장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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