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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아버지 위해 삭발도 망설임 없이

[story in…]
류현진 특급도우미,
다저스 유틸리티 플레이어
키케 에르난데스 이야기

스포츠는 스토리다. 승자와 패자, 성공과 실패, 그리고 기쁨과 슬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결과에는 숫자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 어떤 과정 속에서 이뤄진 수많은 사연들의 연속이다. 스포츠를 보는 또다른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새 코너 'story in…'은 숨가쁜 승부의 현장을 이야기 중심으로 바라본 얘기들이다. 편집자 주

재작년, 그러니까 2016년 6월 중순이었다. 셋째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에 낯선 사진 하나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다저 스타디움에 민머리 선수 한 명이 나타났다. 늘 밝은 웃음과 활기찬 모습으로 덕아웃의 치어리더로 불리던 엔리케 에르난데스, 흔히 '키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선수였다. <관련기사 3면>

이유는 특별했다. 항암 치료를 받는 아버지(엔리케 에르난데스 시니어)와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뜻이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카우트였던 그는 6살짜리 키케에게 처음 야구를 가르친 사람이기도 했다.

본래는 아들의 경기를 모두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게 삶의 가장 큰 낙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럴 수 없다. 골수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계속된 항암 치료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냥 TV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키케의 가방은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 글러브가 이것저것 여러개 복닥거리기 때문이다. 본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2루수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안해본 자리가 없다. 투수와 포수 빼고는 모든 위치를 커버한다. 그러니까 내/외야 전 포지션을 감당하는 셈이다. 지난 달 29일 샌프란시스코 전에서도 처음에는 3루수로 출전했다가 나중에 외야수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그는 독특한 학력을 지녔다. 고등학교 과정을 구야나보라는 도시에 있는 군인 아카데미(American Military Academy)에서 마쳤다. 3학년 때까지만 해도 키가 5피트 6인치(167.6㎝) 밖에 되지 않아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4학년 때 5인치가 더 자라 180㎝가 되면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6번, 전체 191번)을 받을 수 있었다.

휴스턴, 마이애미를 전전하다가 2015년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좋게 말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 속되게 말하면 땜빵 선수다. 요즘은 저스틴 터너의 부상으로 구멍난 다저스 내야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올시즌에는 23경기에 출전해 .254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16개의 안타 중에는 3개의 홈런도 포함됐다. 때로는 3~4번 타순을 지키며 팀 공격력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한인 팬들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류현진 등판 경기 때면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2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류현진이 승리 투수가 될 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 2-0을 만드는 솔로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저스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게임이 있었다. 작년 10월 시카고 컵스와 벌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였다. 5차전은 그의 인생 경기였다. 만루홈런을 포함해 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었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3홈런을 친 역대 10번째 타자로 이름을 올렸고, 다저스 타자로는 처음이다. 한 경기 최다 타이인 7타점을 올렸다.

미녀 여자친구 덕에 한층 유명해져
미스 푸에르토리코 출신과 약혼
자신도 팀 분위기 메이커


다저스 팬들 사이에서 키케 에르난데스가 더욱 유명해진 이유가 있다. 약혼녀의 엄청난 미모 덕분이다.

키케는 작년 SNS를 통해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와 약혼했다고 발표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모델 마리아나 빈센트였다. "마리아나 당신과 함께 나이들고 늙어갈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는 멋진 멘션을 남겼다.

매혹적인 금발과 육감적인 몸매의 약혼녀 마리아나는 자신과 키케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에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의 우승자로 뽑히면서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2010년에 미스 유니버스 푸에르토리코에 선정되면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당시 푸에르토리코 내에서 발매되는 수십개의 잡지 커버를 동시에 장식했고, 수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모델 제안을 받아 나라가 온통 마리아나로 도배될 지경이었다. 영상, 인쇄 매체를 모두 점령한 마리아나는 이후 영화계에 진출했고, 수 차례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엔터테이너 기질은 약혼자인 키케도 마찬가지다.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띄우는 능력으로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팀에 합류한 2015년에는 랠리 바나나를 유행시켰다. 주로 벤치워머였던 시절이었다.

팀이 지고 있을 때 덕아웃에서 바나나를 흔들면 신기하게도 팀이 역전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이 세리머니가 유행이 됐고, 작 피더슨이나 저스틴 터너와 함께 바나나 의상을 입고 바나나 송을 립싱크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춤 실력도 발군이어서 팬들에게는 '다이아몬드 댄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백종인 기자 paik.jong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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