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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의 '준비'

[story in…]
잦은 부상과 스캔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이야기
연봉과 팬에 대한 책임감

푹신한 소파도 멀리
딱딱한 의자로 허리 보호
발목 걱정에 계단도 피해


LA 에인절스가 지난 주말 시애틀 원정 경기를 가졌다. 오타니 쇼헤이(24)는 자신의 우상과도 같던 이치로(45)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드디어 경기장 도착, 멀찍이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는 '전설'을 목격했다.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곧바로 달려갔다. 모른척 하던 이치로는 오타니가 다가오자 황급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술래잡기 같은 장면이 잠시 연출됐다. 그러나 이내 정겨운 인사와 환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세기의 화제가 될 뻔한 둘의 대결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바로 며칠 전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치로가 유니폼을 벗고 프런트 오피스(회장 보좌역)에서 일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은퇴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50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다던 뜻은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평생을 보낸 그라운드에 남긴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로 '준비'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출근 시간은 일정하다. 경기 4시간 전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남짓 이르다. 도착하자마자 정성스러운 작업을 시작한다. 부상 방지를 위한 스트레칭과 각종 예방 운동이다.

가장 먼저 발 맛사지다. 기계를 꺼내 양 발을 넣고 스위치를 켠다. 그게 끝나면 이번엔 바닥에 눕는다. 진동 폼 롤러(vibrating foam roller)로 허벅지 뒤쪽(햄스트링)에서 엉덩이까지 한참을 풀어준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정성을 들인다. 그 다음은 스파이크를 꺼낸다. 쇠 브러시로 징이 박힌 부분까지 구석구석 말끔하게 청소한다. 이어서 유니폼을 꺼내서 무릎 위에 놓고 소형 가위로 도드라진 실밥 하나하나를 모두 제거한다.

정리가 끝나면 흐트러진 라커 앞을 깨끗이 청소한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나가서 팀 전체가 하는 준비 운동에 참가한다. 같이 하지만 동료들과 두어 걸음 떨어진 곳이다. 다들 끝내고 흩어져도 혼자 남아 20분 정도를 계속한다. 목과 등, 허리, 발목, 무릎 등을 꼼꼼하게 풀어준다.

부상을 막기 위한 노력은 일상 생활이다. 허리에 부담이 갈 지 모르는 푹신한 소파도 마다한다. 시력 보호를 위해 TV 시청도 멀리한다. 라커룸에서는 딱딱한 철제 의자만 사용한다. 스파이크를 신으면 계단도 피한다. 장애인용 슬로프를 이용한다. 발목이 걱정돼서다.

일본에서부터 따지면 무려 25년간의 선수생활이다. 그동안 그가 부상으로 게임을 뛰지 못한 것은 딱 한번 뿐이다. 2009년 WBC 때 한국과의 혈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였다. 스트레스로 인한 출혈성 위궤양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본인은 한사코 마다했지만 구단이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그럼에도 그해에 146게임이나 출장했다.

동료 선수였던 고쿠보 히데키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치로상은 무엇을 목표로 야구합니까?" 그러자 그의 답변이 이랬다. "고쿠보 상은 숫자를 남기기 위해 야구를 합니까? 나는 마음 속에 연마하고 싶은 돌이 있습니다. 야구를 통해 그 돌을 빛나게 하고 싶습니다." 그 때 한 말이 유명한 '준비의 준비'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에 나설) 준비를 위한 준비까지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치로의 '준비'
아침은 늘 카레라이스
1년에 쉬는날 이틀뿐


이치로는 자기 몸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특별한 트레이닝 기구를 쓴다. 1개가 아니다. 집에 하나, 야구장 클럽하우스에 하나, 그리고 일본에 있는 부모님 집에 하나씩 가져다 놨다. 머무는 곳 어디서나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양키스 시절 동료였던 CC 사바시아의 기억이다. "이치로가 쉬는 날은 1년에 딱 이틀이다. 시즌 끝난 다음 날과 크리스마스 뿐이다. 나머지는 매일 훈련이다."

그의 아침 식사는 유명하다. 처음 미국에 와서 몇 년 동안은 늘 아내가 해준 카레라이스만 먹었다. 기호 때문이 아니다. 일정한 것을 먹고, 늘 안정된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카레라이스 다음은 페파로니 피자였다. 미국에서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한 맛에, 영양을 갖춘, 구하기 쉬운 메뉴이기 때문이었다.

대개의 선수들이 컨디션에 따라 수시로 배트의 무게나 길이를 바꾼다. 하지만 그는 반대다. 항상 똑같은 것을 쓰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배트에 맞춘다. 제작자도 "평생 그렇게 일정한 것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고 감탄한다.

병적인 그의 몸관리에 대해 누군가 한마디 했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러자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내가 지금 얼마를 받고 있나 생각한다. 그 연봉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팬들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백종인 기자 paik.jong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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