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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상] '음주 사고' 선수가 다시 돌아올 때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77세의 토니 투패노 씨는 하루에 26개의 알약을 먹어야 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 귀에서 나는 '윙' 소리는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다리의 마비 증세도 마찬가지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심각한 것이 마음의 병이다. 우울증 탓이다.

5년 전이었다. 사고가 있었다. 손녀를 봐주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오토바이를 탄 그는 돌진하는 SUV와 충돌했다. "가벼운 충돌이 있었어요. 그리고 뭔가 덜컹하는 느낌이 있었죠. 바이크를 깔고 지나갔다고 생각했어요." SUV 운전자의 기억이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다. 밑에 깔린 것은 할리 데이비슨이 아니라 그걸 몰던 투패노 씨였다.

오른쪽 갈비뼈 12개 중에 10개가 부러졌다. 왼쪽 것도 2개가 상했다. 우측 폐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턱과 견갑골에도 복합 골절상을 입었다. 뇌출혈도 수반됐다. 응급실에 실려갈 당시 생존확률은 30% 미만이었다. 의식을 찾은 게 기적이었다. 무려 16번의 입원과 퇴원이 반복해야 했다. 가해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 사고후 미조치(뺑소니),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적용됐다. 이미 DUI로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일으킨 사고여서 가중 처벌 대상이었다. 51개월(4년 3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의 이름은 맷 부시, 직업은 야구 선수였다. 2004년 MLB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에 지명된, 앞날이 창창한 파이어볼러였다. 당시는 저스틴 벌랜더(2순위)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파격적인 315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받고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후의 선수생활은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상습적인 음주와 폭행으로 말썽을 일으켰다. 골칫덩이를 데리고 있을 팀은 없다. 번번이 쫓겨났다. 방출과 트레이드로 여기저기 전전해야 했다. 샌디에이고, 토론토, 탬파베이….



'DC# C07392'라는 일련 번호의 수형자는 2015년 말, 3년 반만에 가석방됐다. 재능을 아깝게 여긴 텍사스 레인저스가 마이너 계약을 제안했다. 계약서는 철저한 무관용원칙(a zero tolerance policy)에 따라 작성됐다. 한 번이라도 어기면 안되는 엄격한 조항들이 삽입됐다. ①알콜 금지 ② 운전대를 잡는 것도 절대 금지 ③20달러 이상 소지 금지 ④혼자 있는 것 금지. 홈 경기 때는 아버지, 원정 때는 구단 직원과 반드시 함께 지낼 것 등이다. 결국 2016년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 무렵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3년 반의 시간동안 세상으로부터 격리됐었죠.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주변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힘들게 했죠. 어머니는 내가 다시 마운드에 서는 날 펑펑 울었어요. 아버지는 요즘도 (운전면허 취득이 금지된) 나를 위해 매일 운전해야 하죠. 늘 속죄하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서고 있어요."

가석방을 앞두고 병상의 투패노에게 사죄의 편지를 썼다. 꼭 한번 만나서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친구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니 다행이네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하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싫어요. 정말로."

강정호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어렵게 취업 비자를 받아 미국에 올 수 있었다. 물론 심각한 인명 피해를 입힌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겼다. 우선은 피츠버그 구단과 동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혔다.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들의 믿음에 등을 돌렸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지울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남겼다.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빚으로 남은 셈이다. 늘 속죄하는 마음이길 바란다.


백종인 /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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