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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LA에서 '재야의 고수'를 만나다

[story in…]
제2의 전성기 추추 트레인
무명 강사 지도로 폼 변화

지난 달 26일이었다. 텍사스 알링턴 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이 필요했다. 10회 말. 홈 팀 레인저스의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카운트 3-1에서 5구째였다. 92마일짜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타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풀 파워가 장착된 스윙에 걸린 타구는 엄청난 속도로 솟아올랐다. 원정 팀 로열스의 투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공은 좌중간 담장을 너머로 사라졌다. 모두의 퇴근을 알리는 끝내기(walk-off) 홈런이었다.

홈 팬들이 모두 일어섰다. 아낌없는 갈채가 쏟아졌다. 환호를 만끽하며 다이아몬드를 일주하는 주인공은 추신수였다.

이 홈런은 그가 데뷔한 뒤 통산 176번째로 기록한 아치였다. 은퇴한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갖고 있던 동양인 메이저리거 최다 기록을 넘어서는 기념비적인 홈런이었다.



레크킥의 대가를 찾아가다

추신수는 올해 확실한 부활했다. 4일까지 59경기에서 타율 .266에 9홈런을 쳐내고 있다. 출루율 .367, OPS .808로 전성기 시절에 가까운 위력을 회복했다. 이유가 뭘까. 14년차 메이저리그의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격폼의 진화다.

작년 10월의 일이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그는 휴식도 마다하고 급히 LA를 찾았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다. 바로 재야의 고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덕 래타(Doug Latta)라는 특이한 이름이다. 그는 LA 북쪽 노스리지 인근에서 'The Ball Yard'라는 야구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엄청난 고액 연봉을 받는 현역 메이저리거가 대단치 않은 연습장 주인(?)을 찾아간 이유는 딱 한가지다. 그가 레그 킥(leg-kick) 타법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띄워야 산다

야구에도 트렌드가 존재한다. 추신수가 레인저스와 대박 계약을 맺었을 때만해도 출루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베이스에 나가는 것이 득점 확률을 높인다는 인식 탓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모두가 멀리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타, 볼넷은 여러 개가 연결돼야 점수가 된다. 투자에 비해 얻는 게 적다. 그보다는 홈런 1개가 훨씬 효율적이다. 따라서 요즘은 모든 타자들이 장타에 대한 갈망을 가지게 됐다.

멀리치기를 위한 조건은 타구를 띄우는 것이다. 굴려서는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다. 추신수의 고민도 여기서 비롯됐다. 동양인의 체구에 공을 강하고 높이 띄우려면 특별한 타격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게 바로 레그 킥이다. 마치 예전 오사다하루(왕정치)의 외다리 타법처럼 한쪽 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내딛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체중을 싣기 좋은 타격폼이다. 반면 중심이동이 많기 때문에 정확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를 수반한다.

36세 시즌에 시도한 변화

추신수는 겨울부터 틈틈이 래타 코치를 찾았다. 또는 영상 통화를 통해서 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내내 새로운 타격폼을 갈고 닦았다. 개막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심각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오랫동안 가졌던 타격폼을 바꾸면서 나타난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조정기를 거친 5월 이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 달간 홈런 4개에 타율은 .290으로 호조다. 6월에도 상승세다. 3일 열린 LA 에인절스 전에서 2루타 2개를 터트렸다.

텍사스 이적한 뒤로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치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3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모멘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이렇다할 유명 코치가 아닌 평범한 재야의 인사를 찾아가 몸을 낮추며 얻은 가르침을 통한 것이기에 시사하는 바는 더욱 크다.

◆덕 래타는 누구?
마이너 경력도 없는 흙수저
강정호, 황재균도 제자로


덕 래타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 있다. LA 다저스의 3루수 저스틴 터너다.

2014년 뉴욕 메츠에서 방출된 그는 래타를 만나 타격 폼을 재무장했다. 이듬해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유명한 ‘터너 타임’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특별하다. 강정호(피츠버그)를 비롯해 황재균(전 샌프란시스코)이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두산의 내야수 오재원 등 한국에서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래타 코치는 메이저리그는 커녕 마이너리그에서도 뛴 적이 없다.

LA주니어 칼리지, 캘 스테이트 루던(Cal State Luthern, 사우전옥스)에서 선수생활한 것이 전부다. 지도자 경력도 별로다. 고등학교 코치를 잠깐 했다고 밝히는 정도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반론이 많은 레그 킥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면서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백종인 기자 paik.jong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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