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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상] 은메달을 기원합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은메달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한창 퍼지고 있는 메시지다. 물론 기원의 대상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표팀이다.

얼핏 선전을 바라는 소박한 뜻이 담긴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빈정거림과 조롱이 한가득이다.

그 진짜 의미를 해석하면 이렇다. '절대 우승하면 안된다. 꼭 금메달에 실패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저주인 셈이다.



물론 대다수의 뜻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볍게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상당수 팬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유는 바로 병역 문제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병역 특례가 적용된다. 4~6주간의 기본 군사교육만 이수하면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덕(?)을 본 것은 한국 프로야구 스타 플레이어 뿐만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텍사스) 오승환(콜로라도)도 모두 대상자였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했다는 게 특례의 명목이다. 대부분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수고했다는 칭찬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유독 이번 야구 대표팀을 향한 시선만 싸늘하다. 두 명 때문이다. LG 트윈스의 내야수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박해민이다. 둘은 작년 시즌 끝난 뒤 입영 대상자였다.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야구팀이 있는 상무와 경찰청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인들의 계획은 달랐다. 입대를 미뤘다. 대신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태극 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리라.

사실 이들의 실력이 확고부동한 국가 대표급은 아니었다. 아슬아슬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선동열호는 둘을 승선시켰다. 대수비 또는 대주자로서 역할도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다. 아시아에서 야구를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실질적으로 일본, 대만과 3파전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아마추어를 출전시켰다. 대만도 실업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반면 한국은 올스타 급으로 팀을 구성했다. 한창 진행중인 프로 리그마저 2주 이상 중단시켰다. 정상적이라면 금메달을 못 따는 게 이상할 정도다.

팬들의 노여움은 여기서 비롯된다. 국가대표라는 자격을 (병역) 혜택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인식이다. 즉 군대 가기 싫으니까, 가장 손쉬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방편을 삼겠다는 의도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이런 작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갔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대표팀 사령탑인 선동열 감독의 발언도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딴에는 욕먹는 선수들을 두둔하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여론이 좋지 않지만, 좋은 성적 따서 돌아가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팬들은 발끈했다. '이게 좋은 성적으로 만회될 성질의 논란이냐'는 비판이다. 차라리 우승을 못하면 그만일 것이다. 만약 진짜 금메달을 따고,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된다면 두고두고 욕받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많다.

급기야 예선 첫 경기였던 대만전(26일)에서 패하고 말았다. 아마추어(실업팀) 투수들을 상대로 1점 밖에 뽑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비웃음과 야유가 댓글창에 차고 넘친다.

가뜩이나 KBO 리그는 '거품' 소리를 듣는다. 국제적인 경쟁력에 비해 연봉이 지나치다는 지적 탓이다. 여기에 대표 선발의 명분과 논리마저 설득력을 잃었다. 당분간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백종인 /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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