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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청년들의 '스트리트 컴퍼니'…"노숙자들과 '함께 하기'가 '돕기' 보다 중요"

빵 8개 사서 시작한 친목 모임
이제는 목적있는 모임으로 발전

평범한 삶 살던 노숙자 친구들
원래는 갖고 있는 재능 풍부해
노숙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기독교인들의 관점은 달라야


한인 청년들과 노숙자들이 함께 뒹굴며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스트리트 컴퍼니(Street company)는 본래 기독교의 가치를 근간으로 세워진 비영리 단체다. <본지 9월26일자 a-1면> 스트리트 컴퍼니의 이용석(30ㆍ이하 용석), 이원섭(26ㆍ이하 원섭)씨는 모두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노숙자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서 직업을 창출하고 그들의 재활을 돕자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근간에는 한 영혼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목적이 있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앙의 가치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장열 기자

-어떻게 친구가 됐나. (용석씨는 노숙자를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용석) "그냥 함께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길어지다보니 친구가 된 것 뿐이다. 어느 날부터 따로 가서 친구들이랑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노숙도 같이 했다. 내가 음악을 하다보니 친구들의 사연을 듣고 그 내용을 노래로도 만들어줬다. 그러면서 가까워졌다."

-같이 모이게 된 계기는.

(용석) "사실 노숙자를 돕는 모임은 주변에 많다. 하지만 나는 '노숙자들을 위한 모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거창한게 아니다. 노숙자끼리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 물질적인 것과 음식도 나누는 모임 말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교회'가 아닐까 생각했다. 2016년 9월이었다. 노숙자 친구(마르코)와 함께 빵 8개와 햄을 샀다. 그리고 랭캐스터 지역 한 공원으로 가서 노숙자들을 모았다."


-그때 분위기가 궁금하다.

(용석)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렇게 몇 명 모였다. 처음에는 서로 수다를 떠느라 바빴다. 이런 저런 농담도 주고 받았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몇번 만나니까 노숙자들이 계속 모이더라. 그 이후부터 친구들에게 '나도 돈 별로 없다. 그런데 너희는 정부에서 어느 정도 나오니까 모임때마다 너희도 조금씩 내라'고 했더니 하나둘씩 동전을 내더라. 그냥 부담없이 편하게, 재미있게 그렇게 놀았다."

원섭씨와 용석씨는 이전에 다니던 한인교회 청년부에서 서로 형, 동생 하며 지내던 사이였다. 현재 원섭씨는 IT계열에서 풀타임 프로그래머로 활동중이다.
-어떻게 동참하게 됐나.


(원섭)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종종 청년들과 함께 형을 따라 노숙자를 도운 적이 있다. 그때부터 마음이 생겨서 어떤 방법으로든 돕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스트리트 컴퍼니'가 세워진다는 말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원섭) "사실 교회 청년부에 속해있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의 겉모습과 내면 사이에 어떤 괴리감 같은게 느껴졌었다. 크리스천이란 무엇인가, 신앙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스트리트 컴퍼니에 동참하기로 한 것도 그런 고민에서 비롯됐다."

-스트리트 컴퍼니가 세워진 계기는.

(용석) "친구들과 놀다보면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이 상당히 많다는 것에 놀란다. 원래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 일시적인 사건 때문에 노숙을 하게 된 사람이 많다. 예전에 대부분 직업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이라는게 다시 생기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매번 만나서 놀지만 말고 조금 더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해봤다. 내 주변에 커피 전문가들이 많다. 그래서 커피 바리스타를 해보자고 했고 그렇게 스트리트 컴퍼니가 만들어졌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용석) "물론 처음에는 실망한적도 있다. 오랜 시간 길거리에서 살아간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는 당연히 버거울 수 있는거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 얼마전 멤버들을 데리고 LA에서 열린 '커피 페스트'에 참가했다. 그런데 하루종일 하니까 어떤 강의에서는 그냥 자더라. 그래서 우리는 최우선 철학이 '즐기자' 이다. 그때 친구들이 엎드려 잠을 자길래 잠시 접고 그냥 나가서 놀자고 했다. 그러면서 익숙해지는 것 아니겠나."

-다양한 스토리도 많을텐데.

(용석)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다. 같은 동네 노숙자들끼리는 서로 다 안다. 누가 자살했다더라, 누가 강간을 당했다더라 등 이야기까지 오간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정말 마음이 아픈건 그들이 정신적으로 이상해져 있을 때다. 처음에 만났을때는 단순히 노숙자였을 뿐인데 몇년 후 정신이 망가져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기독 청년들이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나.

(원섭) "지금은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다. 경쟁도 심하고 물질적인 것이 중요한 가치로 인식된다. 누가 쓰러져 있는데 그걸 쳐다볼 여유가 있는 청년들을 솔직히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신앙인은 다른 중요한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성공하고 이름을 알리려고 할때 다른 중요한 가치에 대해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고민하고 이야기해본다면 충분히 눈을 뜨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한인 교계로부터 지원은 받고 있나.

(원섭) "사실 한인 교회들의 지원은 없다. 현실적으로 교회들에게 지원을 받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 부분도 있고…지금은 일부 청년과 집사님들의 도움, 거기에 우리 자비로 하고 있다. 분명 힘든것도 있지만 친구들이 바리스타 일을 너무 잘하니까 재미있는게 더 크다. 곧 정부 기관들과 파트너십도 맺고, 은행들의 지원 프로그램도 받으려고 한다."


용석씨는 노숙자 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 공부하기 위해 UCLA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노숙자 문제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복합된 이슈이지만 무엇보다 ‘하우징’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부분의 인식 개선이 필요할까.


(용석)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는 날씨가 좋아서 노숙자가 많다’는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노숙을 해본 입장에서 그 말을 듣는게 너무 힘들다. 길거리에서 한번 노숙을 해본다면 절대 그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사람이 거주할 공간이 없으면 치료든, 재활이든 아무것도 안된다. 정부는 그렇게 큰 차원에서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 같은 민간에서는 개별적으로 그들에게 접근해서 돕는게 필요하다.”


-요즘 LA도 노숙자 문제가 큰 이슈다.

(용석) “사실 노숙자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보게되면 설득이 매우 어렵다. 게으르다, 마약쟁이, 더럽다, 위험하다 같은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인이 노숙자들을 그렇게 바라볼때는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보다 넓게 사회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을 잘 들여다보면 왜 노숙자가 됐는지가 보인다. 거기에는 미국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가 담겨있다. 노숙자는 여러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빚어낸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관점이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도움문의: (213)703-2934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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