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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LA관객이 더 공감할 수 있다

제4회 아시안 월드 필름 페스티벌(AWFF)이 24일 9일간의 일정으로 컬버시티에서 개막한 가운데 이번 영화제의 대표 상영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소개된다. 27일 오후 7시 컬버시티 아크라이트 극장에서 북미 최초로 일반을 대상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23일 LA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의 일문일답.

이창동 감독

거장 이창동은 좀 느린 편이다. 1997년 초록 물고기를 시작으로 박하사탕(1999년), 오아시스(2000년), 밀양(2007년), 시(2010년) 그리고 버닝(2018)이다. 20년간 6작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그만큼 작품 하나하나가 명작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 '버닝'이기에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버닝'의 작품성만큼은 누구 하나 의심치 않는다. 2018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칸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으며 오스카와 골든그로브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청년들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들었다. LA관객에게도 공감이 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나.

"이 영화는 아주 여러 겹을 가진 영화다. 청년들의 분노에 대한 내용은 그 중 한겹일 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따라가는 과정 중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 영화홍보를 위해 여러 나라에 다녔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앞서 캐나다를 거쳐 왔는데 그곳 관객들이 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여하튼 의외의 반응이었다."

-결말이 모호하다.

"결말의 모호함은 이 작품의 시작부터 의도된 것이다. 작은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는 원작 소설 역시 결말이 없었기 때문에 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열심히 노력하는 청년들은 자기의 능력이나 노력에 상관없이 미래가 불안정하고, 노력을 안 하는 비슷한 나이의 누군가는 엄청난 부를 누린다. 이런 세상의 불평등과 무력감과 분노를 안으로 숨겨야 하는 현실, 이 또한 하나의 미스터리다. 관객들에게 해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해미(여주인공)'가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미스터리를 따라가면서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끊임없이 그 해답을 찾아가도록 하고 싶었다."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식은.

"지금의 한국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파급력이 있다. 첫 영화가 1997년에 만든 '초록 물고기'였다. 그때 아시아 영화를 서구에 소개하는 유일한 창구였던 밴쿠버 영화제를 처음 찾았었는데 당시에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어떠한 존경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세계의 어떤 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를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면 영화제 자체의 위상이 문제될 정도다. 웬만한 영화제는 모두 한국영화 특집을 했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위상이 달라졌다."

-8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 또 오래 기다려야 하나.

"8년은 안닐 것 같다. 토론토 영화제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만난 한 분이 다시 8년은 안 된다며 4~5년 정도 주겠다고 하더라. 버닝을 준비하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고민했었다. 더 깊이 고민하면 4년 안에는 또 다른 작품을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 스티븐 연

'벤'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배우로 오랜 무명을 거쳐 미국 TV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했으며 한국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개스팅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또는 충무로에서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내기도 해 주목을 받았다.

-'버닝' 태우다를 어떻게 해석하며 연기했나.

"등장인물은이 각기 다른 부분을 욕망한다. 해미는 사라지고 싶은, 종수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벤은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마치 각 캐릭터들이 다른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태운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욕망일 수도 다른 것을 또는 자신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배우에게 또는 한국영화계에 진출하고 싶은 한인 배우들에게 조언을 해주자면.

"우선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 배우들에게는 굳이 여기(미국)에 올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미 한국영화는 힘이 있고 다양한 스토리와 작품들이 넘쳐난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 드라마와 한류 열풍이 거세지 않나. 오히려 한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그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역으로 한인 배우들의 한국 진출 역시 쉽지 않다. 한국어의 뉘앙스와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지 일반적인 한국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옥자'와 '버닝'에 출연한 내 경우는 매우 특이하고 예외적이다. 미국 교포 등 정말 특정한 역할을 맡은 것이어서 가능할 수 있었다. 언어는 가장 넘기 힘든 벽이다. 물론 노력을 통해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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