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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인들의 유별난 '외모 품평'

얼마 전 친한 친구가 한국을 나갔다 오더니 운동을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묻자 한국에서 왜 이렇게 살이 많이 쪘느냐며 친구들이 타박을 했다고 대답한다. 내가 보기에 그 친구의 몸매는 탄탄해 보였다. 물론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지만 한국인들의 몸에 대한 기준은 유별나게 까다롭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미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중 하나인 록산 게이는 자신의 몸과 식습관에 대한 에세이 '헝거'를 써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퍼듀대학 부교수로 있으면서 다수의 소설을 집필한 저자는 2014년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 강연 등을 통해서 대중과 자주 만남을 갖는데 처음 게이를 본 사람은 놀라는 경우도 많다. 그는 190cm의 키에 200kg이 훌쩍 넘는 거구다.

헝거가 화제를 모은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인 록산 게이가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솔직하게 풀어놨기 때문이다. 그의 몸이 커진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중학교 때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이후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과 또다시 성적인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남성들이 원하지 않는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했다. 결과는 폭식이었다.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독한 결심을 통해서 살을 뺀 '비포 앤 애프터 스토리'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게이는 아직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고 여전히 거구다. 그리고 큰 몸으로 사는 일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예쁜 옷을 입고 싶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는다는 부분이나 비행기에 탈 때면 좌석을 두 개 구매해야 해 일등석만 고집한다는 부분에선 짠함이 느껴진다.



게이는 '분열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양 극단의 생각이 자신 안에 함께 있음을 말한다. 살을 멋지게 빼서 화려하게 '변신'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외모를 통해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 대해 매섭게 비판하기도 한다. 물론 기저에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성폭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해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용인하는 이상적인 몸이 아닌 사람에게 비판을 가하는 것은 쉽다. 과체중인 사람에게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히나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잘빠진 몸이 소셜미디어에서 각광받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 '살을 빼라'라는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곳이 한국사회였다. 이런 외모 품평 뒤에는 '건강이 걱정된다'는 식의 핑계(?)가 어김없이 따라온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남의 몸에 대해 품평할 권리는 없고 가끔은 걱정 섞인 말도 듣는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사실은 너무 쉽게 잊힌다. 남의 몸 걱정 정말 쓸데없다.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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