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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한인 살인사건 파일…9년 전 '의문의 피살' 소송전 비화

버지니아 고 윤영석씨사건
미망인과탐정간 법정다툼

버지니아 고 윤영석씨 사건
미망인과 탐정간 법정 다툼
지난 2005년 고 윤영석씨가 워싱턴 대한체육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모습이다.

지난 2005년 고 윤영석씨가 워싱턴 대한체육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모습이다.

아내 "범인 찾겠다는 말에
고용했지만 돈만 요구해"
탐정 "수임비 안주려 거짓
주장…무고한데 법정 세워"


9년간 미제로 남아있는 '버지니아 한인 피살 사건'이 유족인 부인과 사설 탐정 간에 소송으로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0년 버지니아 지역 한인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윤영석(당시 62세·워싱턴체육회 전 이사장)씨 피살 사건의 전말과 함께 고 윤씨의 부인 정선희씨와 사설 탐정 데이비드 박씨가 현재 벌이고 있는 법정 싸움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만남과 갈등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사중이던 경찰이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남편의 피살 사건이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자 부인 정씨는 사설 탐정으로 데이비드 박씨를 고용하게 된다.



남편을 죽인 범인만 밝혀낼 수 있다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정씨는 일단 박씨에게 첫 수임 비용으로 4500달러를 체크로 전해줬다.

정씨는 "그런데 박씨가 이후부터는 모든 비용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며 "일단 범인만 잡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야겠다는 생각에 박씨가 사건 해결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할 때마다 현금으로 전해줬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감정적으로 급격하게 흔들린 건 박씨가 제시한 '유근석'이라는 인물이 한글로 쓴 진술서였다.

당시 사건 현장까지 용의자 일행을 태워준 운전 기사라고 주장한 유씨는 진술서에서 "3명의 남성을 그 집 앞에 내려다주고 기다렸다. 이후 비명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중 2명은 차고 안에 있던 금색 렉서스 SUV를 타고 급히 도망갔고 나는 이후 나머지 1명의 남성과 집에서 나온 어떤 여성 1명을 다시 태우고 떠났다. 훗날 그 일행을 다시 만나 4만 달러를 서로 나눠 가졌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씨는 운전사라고 주장한 유씨의 진술서가 피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굳건히 믿었다.

그러나 이후 사설 탐정 박씨는 정씨에게 계속 이상한 요구를 하게 된다.

부인 정씨는 박씨가 ▶한국까지 가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금 10만 달러를 요구해 전달 ▶운전사 유근석 이라는 인물에게 자세한 진술을 요구하려면 5만 달러를 추가로 줘야 한다고 해서 전달 ▶이후 유근석의 진술이 수사 증거로 쓰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함 ▶그럼에도 진술을 원할 경우 그 대가로 미국에 있는 유씨 전처에게 10만 달러를 보내면 유씨가 법정 증언을 하겠다는데 동의, 이후 현금 전달 등의 내용을 주장했다.

정씨는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을 죽인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요구하는 대로 돈을 줬다"며 "하지만 나중에 이 모든 일을 남편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코니 베이츠)에게 말하면서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운전사 유근석이라는 인물 역시 가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결국 부인 정씨는 2017년 페어팩스 법원에 박씨를 사기 혐의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박씨 역시 정씨를 맞고소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사설 탐정 박씨는 "(정씨는) 부유하지만 앙심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사건 조사 비용인 4만 달러를 주지 않으려고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씨가 주장하는 현금 거래 등은 모든 것이 거짓이며 그런 일은 없었고 운전사 유씨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정 싸움에서는 양측 주장에 다소 신빙성이 결여된 부분이 다수 드러났다.

국토안보부 기록을 조사한 결과 운전자 유근석이라는 인물의 미국 입·출입기록이나 버지니아주 거주 기록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현금을 은행 대여금고(safety box)에서 가져다가 전해줬다는 부인 정씨의 주장 역시 해당 기간에 은행 금고 인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형사 소송에서 사설 탐정 박씨는 사기 혐의와 관련, 무죄 판결을 받아 오명을 씻었다.

박씨는 "무고한 사람을 법정에 세웠다"며 "무고죄로 민사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사 소송에서는 배심원단이 부인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사설 탐정 박씨가 정씨에게 "12만5000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판사는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배상 금액을 2만5000달러로 낮췄다.

정씨는 현재 버지니아 수피리어 법원에 민사 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한 상태다.

정씨는 "아마 이런 일은 영화 같은 데에서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나는 박씨가 지금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탐정 비즈니스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윤영석씨 피살사건은 지난 2010년 10월 발생했다. 당시 윤씨는 대형 세차장 등을 운영하면서 한인 사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재력가로 평가받아왔지만 페어팩스 자택에서 흉기로 수십 차례 찔린 채 차고에서 발견됐다. 이후 한국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사건 관련자가 한국서 미국으로 이송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건의 전말은 미제로 남아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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