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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상] 이치로의 '깐깐한' 글러브

일본 M사의 야구 글러브는 세계적 명품이다. 배리 본즈, 데릭 지터, A 로드 등이 고객이었다. 이들의 글러브는 생산 라인에서 한 숙련공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쓰보타 노부유시라는 명장이다.

1933년생인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M사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부가 주는 훈장도 받았고, 명인이라는 칭호도 얻었다. 그런 장인도 신경 쓰는 손님이 있다. 스즈키 이치로(46)였다. 그의 제품에 대한 명인의 설명이다.

"미국산 소만 써야해요. 생후 3~6개월 사이에 거세된 숫소가 좋죠. 2살까지 키운 뒤 머리 뒤쪽 등에서 얻는 가죽으로 재단하죠. 1마리에서 글러브 0.5~1개밖에 못 얻어요." 설명은 이어진다.

"늘 이치로 상의 플레이를 머릿속에 그립니다. 손과 손가락의 감촉을 상상하죠. 수비에 대한 기사는 모두 오려놨어요. TV장면을 뇌리에 새깁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죠. 그런데 그런 것은 다루기가 어려워요. 특히 미국처럼 타구가 강한 곳에서는 더 그렇죠. 이치로 상이니까 (핸들링이) 가능한 겁니다."



2006년, 쓰보타 명인이 70세를 넘겨 은퇴 시기가 됐다. M사는 후임자를 정했다. 제자였던 기시모토 고사쿠라는 인물이었다. 기시모토는 한 달 내내 한 사람의 글러브를 위해 매달렸다. 이치로 용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50개를 만들고, 그 중 6개를 엄선했다. 그리고는 시애틀로 갔다.

매리너스 구장에서 만난 이치로는 6개를 모두 끼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못 쓰겠네요." "이것도 아닌데요." 6개 모두 퇴짜였다.

결국 책임자 교체는 무산됐다. 쓰보타 명인의 은퇴도 미뤄져야 했다. 다시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후임자(기시모토)의 작품은 비로소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건 좀 가능성이 있군요."

이치로가 기시모토의 제품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그 해에도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 글러브를 받았다. 8년 연속 수상이었다.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저는 올해 특별히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내가 이 상을 받지 못한다면 (새로 글러브를 만들어준) 기시모토 상이 자기 책임이라고 크게 낙담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이치로는 지나치리만큼 까다롭고 엄격했다. 야구에 관한 어떤 타협도 용서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유난스러움이 밖으로만 향했다면 문제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훨씬 더 준엄한 까탈스러움으로 원칙을 지켜나갔다.

단적인 예가 은퇴 결심이었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개막 시리즈를 끝내며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언제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의 대답이었다. "이번 캠프 후반기에 접어들 때였어요.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걸 뒤집는 것이 예전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더 이상은 민폐가 될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일본 정부는 은퇴한 이치로에게 상을 주겠다고 했다. 총리가 직접 수여하는 국민영예 상이었다. 오 사다하루(왕정치), 나가시마 시게오 같은 일본 야구의 전설들이 수상했던 상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당사자는 고사했다.

이 상에 대한 그의 사양은 벌써 세 번째다. 미국에서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던 2001년에도 그랬다. ML최다안타 기록을 세웠던 2004년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같았다. "아직은 그런 상을 받을 때가 아니다. 인생의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 한결같은 까탈스러움이다.


백종인 /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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