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9.0°

2020.09.20(Sun)

[이 아침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돈 많은 신사

김지영 / 변호사
김지영 / 변호사 
  • 글꼴 확대하기
  • 글꼴 축소하기

[LA중앙일보] 발행 2019/04/1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4/15 18:57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그 사람이 부인과 딸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 2년 동안 인생을 즐길 작정이다. 그와 같이 호화 여객선을 대서양 호를 타고 나폴리를 거쳐 카프리 섬까지 여행했던 승객들 중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 신사는 자신이 2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호화 여행을 하며 인생을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첫째, 그는 돈이 많다. 둘째, 그는 지난 58년 동안 살아왔지만 지금까지의 삶은 산 게 아니다. 그저 목숨을 부지했을 따름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수천 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그의 공장에서 그의 미래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신사 일행을 태운 대서양 호는 호화의 극치이다. 유럽 최고의 호텔에 견줄 만한 시설 - 고급 레스토랑, 술집, 터키식 목욕탕 등 - 이 갖추어 있고, 밤마다 무도회가 열린다. 같은 배를 타고 온 승객들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대사, 백만 장자, 작가, 세계적 미인, 그리고 동양 어느 나라의 왕자 등."

아이반 부닌 (Ivan Bunin)의 단편 소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The Gentlemen from San Francisco)'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915년 작품. 부닌은 러시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이다.

소설은 계속된다. "그 신사는 유럽을 거쳐 이집트 그리고 멀리 일본까지 여행 스케줄을 잡는다. 대서양 호는 나폴리 항을 거쳐서 카프리 섬에 도착한다. 카프리 섬에서 내린 승객 중에서 그가 가장 성대한 환영을 받는다. 그가 머물 호텔의 주인까지 나와서 그를 영접한다. 그는 호텔 주인을 보자 잠시 깜짝 놀란다. 전 날 밤 꿈속에서 본 얼굴과 똑같아서…."

"그날 밤 연회가 열린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가 나올 예정이다. 그 신사는 연회장에 가기 위해 옷을 입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가 왜 이래' 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래도 연회장으로 간다. 신문을 보다가 코에 걸치는 안경이 떨어지고, 그는 앞으로 고꾸라진다."

"그는 가장 작고, 음습한 구석방으로 옮겨진다. 그는 그렇게 죽는다. 부인이 그를 원래 호텔방으로 옮겨 달라고 하자 호텔 주인은 거절한다. '시체는 내일 아침까지 호텔에서 나가야 합니다.' 호텔 주인이 말한다." "그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간다. 여기저기 여러 창고를 전전하다가 같은 배 대서양 호를 탄다. 승객들 중 아무도 그 배 밑창 창고 한구석에 '그것'이 같이 타고 있는 것을 모른다."

나는 2019년 4월 7일 인천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다. 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는 동안 그 항공사의 회장이 죽었다. 며칠 후 그가 그 항공사의 비행기로 서울로 운구 되었다는 기사를 읽는다. 거의 50년 전에 읽은 부닌의 단편 소설이 생각난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조앤 박 재정전문가

조앤 박 재정전문가

HelloKTown